생명을 돌보는 인간
송봉모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송봉모 신부님의 성서와 인간3편이다. 역시 좋다. 살아도 정말 ‘생명’이 있어야 삶이지, 지금처럼 맹탕 살면 그건 죽은 삶이다. 신부님 글 읽으며 1) 생명을 받고,  2) 생명을 유지, 보존하며,  3) 생명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게 이 책의 내용이다. 사실 내용 자체가 어려울 것은 없다.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아는 信·望·愛 3덕을 잘 닦으면 되는 것이다. 믿음으로 생명을 받고, 소망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사랑함으로써 생명을 나누기 때문이다.

그러면 먼저 생명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하느님부터로다. 기도와 성사 속에, 명상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꿈을 통해. 나는 분주했다.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 생명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근데 신부님은 “말없이 멈춰서서 바라보는 한 폭의 경치는 우리가 책에서 얻는 가르침보다 더 큰 가르침을 줄 것이다”라고 한다. 이제야 조금 느낀다. 언제가 오름에 올라가 들꽃을 보면서 눈물이 나던 날. 예전에 그렇질 못했다. 모든 것이 연구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힘을 빼니 아름다움이, 하느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이 했던 건, 꿈을 통한 하느님 만나기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꿈은 그냥 돼지꿈, 개꿈으로만 생각했었다. 근데 신부님은 꿈은 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며, 무의식 역시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 꿈을 꾸면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라고 하신다. 잊기 전에 기록도 하고. 앞으로 해 봐야겠다.

다음은 그렇게 받은 생명을 보존하는 방법이다. 먼저 일에 반응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하신다. 반응하면 화나 낼 것이다. 하지만 선택하면 너그러워진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환경에 내가 주체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애씀과 무리가 없는 삶. 이건 노자 도덕경 이야기 같다. 물고기는 애쓰면서 헤엄치지 않는다고, 인간만이 어깨와 목에 힘을 줄 뿐이라고. 맞다. 덧 없는 것에다 진을 빼지 말자. 온유하게, 여여하게, 자연스럽게, 매사에 애씀이 없이, 무리함 없이, 생명의 진 뺌 없이, 자연의 음률에 따라 사는 삶.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작년까진 내가 너무 젊었는지, 정신없이 살았다. 이제야 좀 힘 빼고 있는데, 근데, 몸이 좀 나아지니까 다시 옛 버릇처럼 ‘애씀’으로 살 것 같다. 조심해야지.

신부님은 이런 삶을 위해 우선 하루 세 끼 밥 규칙적으로 잘 먹을 것. 잠 충분히 잘 것을 말한다. 황당할지 모르지만, 이는 예전에 어느 피정에서 듣고 공감했던 부분이다. 이런 자세가 되어야 주님과 만난다. 바쁘면 못 만나고 만나서 얻은 생명을 보존하지도 못한다.

다음은 항상 소망을 상기하면서 살라고 하신다. 물론 소망과 욕망은 다를 것이다. 욕망은 예전 험한 세상 헤쳐 나가느라 하던 짓이라면 이제 중년 이후의 삶에서 소망은 생을 더욱 보람 있게 만들 가치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랑의 실천, 나눔의 실천이라는 소망 말이다. 이 세상 소망 말고 저 세상 소망 말이다. 이 때 주의할 점, 소망을 자신의 능력에 두면 안된다. 그러다간 스스로에게 속고 만다. 항상 기도 중에 “주님께서 원하시면”이라고 습관적으로 하는 것도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된다.

그리고 감사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잘 못한다. 이 책을 보니까 그게 1)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만에서  2)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자명성.- 그렇다. 내가 이랬다. 근데 모든 것이 창조주에게서 나왔다는 생각, 즉 나는 내 힘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오늘 내가 살고 있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니고 모두 감사해야 함을 느낀다. 맞다. 내가 지금 숨 쉬고 있는 일부터 감사할 일이다. 선물임을 깨달았다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자리마다 순간마다 감사할 일이다. 오늘부터 매일 잠들기 전에 하루에 감사할 일 10 가지 이상은 떠올리고 자야겠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나누는 것. 이건 사랑이다. 보시다. 돈만이 아니라 시간, 관심 등 모든 것을 나눠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신부님은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에게 선물을 주라고 한다. 물질적이든, 격려든, 칭찬이든, 인사든.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람을 위해 항상 화살기도를 올리라고 한다. 참 좋은 제안이다. 항상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주어야겠다. 사랑을 나누는 일, 그 자체가 생명을 나누는 일일 터이니.




문제는 실천이다. 감사와 선물 주기만이라도 오늘부터 꼭 해 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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