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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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푸른숲, 2003.


지난 여름, 방학이 다 끝나갈 무렵 나의 영원한 벗이자 동지인 오금숙이 말했다. "개학하면 바빠질 텐데, 그러기 전에 더 놀자. 서귀포에 있는 수련이나 만나러 갈까?"
이 책과의 인연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서귀포의 수련이는 서귀포에서 요가지도를 하는 요가로 말하자면 나의 선배이자 도반이자 안내자이고, 세속에서 말하자만 잘 아는 후배다. 한때 학생운동도 사회운동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다고 하는데, 그 뒤 많이 망가진 몸과 마음을 요가를 통해 새로 곧추 세웠다는, 어쩌면 참 고마운 후배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서귀포를 찾아갔다. 수련시간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것 같아 동네 분식집에서 떡볶기를 먹고 있었다. 그때 텔레비젼에선 아마 한국의 유승민이라고 하는 탁구선수가 중국선수를 이기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던 그런 흥미진진한 경기가 벌어질 때였지, 아마.
암튼 우린 그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수련이네 요가원으로 들어갔다. 유승민의 탁구경기보다 수련이의 최근 근황을 알고 싶었고, 또 얼굴고 보고 싶었고, 또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많이 기다렸다고 한다. 나름대로 준비한 음식과 차를 나누며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곤 집으로 가려고 할 때 내밀던 책이 바로 이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와 <혁명가 붓다>다. 돌아와선 바로 주문을 했고, 나의 서재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과 유사하게 한동안 책장을 장식만 하고 있었다.
수련이는 그 어떤 책보다 다시말해 내가 대학원 다니며 허겁지겁 보고 있는 책보다 먼저 이 책부터 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수야 있나, 하루만 빼 먹어도 대학원 수업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에.

그렇게 미뤘다. 그러던 책을 최근에야 잡은 것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아니다. 기말 리포트 생각하면 골이 쑤신다. 그런데도 어찌 시간을 내었느냐 하면 바로 그 골 쑤시는 걸 줄여보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근데, 수련이가 말한 것 같은 감동은 전혀 오지 않는다. 내공 차이? 놓여진 환경의 차이? 아니면 전생부터 이어오는 근기의 차이?

암튼 어렵다. 내용 이해도 어렵고 기껏 내용을 이해해도 실천할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다. 당연하지. 부처의 삶을 어찌 내가 따라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냥 글자 구경만을 한다면 그것 또한 무의미한 독서이지 않은가.

들어오는 내용은 이거다. '자기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그게 해탈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엑스타시라는 용어도 그 어원으로 보면 '나에게서 벗어난 상태'라는 것이다. 맞는 것 같다. 나에게서 벗어남이라, 나 중심에서 벗어남이라?
어렵다. 이해는 될 듯 하면서도 삶을 그렇게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물론 이타적 삶, 봉사하는 삶 등으로 연결시키면 내가 끼어들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것을 훨씬 넘는 경지다.
그래도 뭐, 내가 갈 수 있는데 까지만 가야지. 오히려 정직하게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게 더 옳을 수도 있겠다.

"아힘사(해치지 않음)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수행자는 단지 폭력을 피하는 데 그치지 말고,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나쁜 의지를 가진 감정들을 조금이라도 싹트는 것을 막기 위해 자비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올바른 말'을 하고,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말만 하는 것, '추론을 거친, 정확한, 분명한, 유익한'말만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빅쿠는 도둑질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이든 보시로 주는 것에 기뻐하고 개인적인 선호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며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남들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거룩한 삶은 단지 깨달은 자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닙바나는 빅쿠가 이기적으로 혼자만 간직하는 보답이 아니다. 그들은 민중을 위하여 다수의 복지와 행복을 위하여, 온 세상에 대한 동정심으로 신과 인간들의 선과 안녕을 위하여 담마를 살아야 한다."

붓다, 그가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 말인가 이것은.
"모든 개별적인 것들은 지나갑니다. 부지런히 자신의 해방을 구하십시오."

책 마지막의 시로 글을 마친다.
"바람에 꺼진 불이
쉼을 얻어 규정되지 않듯이,
깨달음을 얻어 자아로부터 자유로운 자는
쉼을 얻어 규정되지 않는다.
그는 모든 형상들을 넘어선 곳으로 갔다.
말의 힘을 넘어선 곳으로 갔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나를 넘어서는 것, 세상 사물에 집착하지 않고 넉넉하게 바라보면서 나를 넘어서는 것, 그것은 내가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 먼저 해야할 일이었다. 나를 넘어서는 것.


아 참. 그리고 수련이는 또 다시 인도로 갔다고 한다. 모든 걸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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