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열 깨기
김경근 지음 / 개마고원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김경근, <대학서열깨기>, 1999, 개마고원.


"죽어가는 우리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이 책의 부제다. 서울대를 나와서 국립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김경근이 한 말이다. 일류 코스를 달려온 그도 지금의 입시경쟁이 살벌하게 느껴진 걸까?
그랬던 모양이다. 단순한 문제의식이 피부에 와 닿은 건 그의 어린 자녀들이 숨막히는 정글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서울대를 나온 기득권층 부모 역시 피해자인 것 같다.

그럼 그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책 표지에 써 있다. 이것도 하나의 부제인 모양인데, 답은 이렇다.
"대학입시 평준화만이 살 길이다"

18세 때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 그렇다고 해서 기회가 모두에게 공정한 건 아니다. 강남 부유층 자제들이 당연히 좋은 기회를 잡는다.

잘못된 대학서열제 때문에 애들은 죽어가고, 대학 역시 망가져왔다. 서울대의 세계적 위치를 보면 안다. 800등에도 못낀단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학입시평준화이다. 혹 그렇다면 그 모순이 대학원으로 옮겨가 단지 시기만 늦춰지는 건 아닐까? 그는 아니라고 한다. 대학원 단계면 유학길도 있고, 진짜 공부할 놈들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은 간판에 불과하니까.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솔직히 장담하기 쉽지 않다.

물론 그의 문제제기는 옳다. 땜질식 입시제도 개혁은 백 날 해봐야 소용이 엇다. 근본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근본은 김경근과는 조금 다르다. 대학 서열깨기에 앞서 고졸.대졸자의 임금격차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입사원서에 학력란을 없애는 것이다. 즉 고졸과 대졸이 '계급장'의 힘이 아니라 직무 수행 능력을 가지고 경쟁하자는 것이다. 이게 오히려 더 근본적이자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굳이 대학에 몰릴 일도 없을 것이며, 그래야 대학은 공부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서울대 출신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버리고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용기와 대안 제시 능력, 고맙고도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글이 읽기 쉬운 점, 이것도 미덕이다. 그러니 그의 요구 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앞장 섰으면 좋겠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가지고 국민투표를 할 것이 아니라 서울대 폐지, 대학평준화 등 이런 걸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
현대판 신분제, 새로운 씨족 해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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