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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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속도, 인권의 속도

박영희, 오수연, 전성태 글, 김윤섭 사진, <길에서 만난 세상>, 우리교육, 2006.


만남은 우연이었다. 책을 만난 것도. 책을 건넨 사람을 만난 것도. 김윤섭이라는 사람이 내게 선물로 준 것이다. 이 책의 사진을 맡은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이 책을 내게 줬다. 예전엔 국가인권위에서도 일했었다고 한다. 물론 그 때도 사진을 담당했겠지.
우연히 내가 그의 카메라 모델을 좀 했다. 세상 태어나 독사진만 그렇게 많이 찍어본 것도 처음이다. 그런 인연이었다. 그래서 그가 건넨 이 책도 처음엔 사진만 죽 훑었다. 좋았다. 느낌이. 과장하거나 기교가 없이 담담하면서도 애절하다. 사진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본래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카메라를 통한 피사체가 그런 것인지는 구분이 되진 않았지만 암튼 아프면서도 뭔가 따뜻함을 주는 사진들이었다.

글을 읽은 것은 나중이다. 글에 주목해서 봤더니 이 원고들은 국가인원위에서 내는 책자에 정기적으로 실렸던 글을 모은 것이다. 우리사회의 주변을 찾아다닌 기록이다. 사회적 약자. 광포한 자본의 바람 앞에 그저 오돌 오돌 떨기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아프다. 어쩌지 못하고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아프다.

글을 쓴 사람들은 문인들이다. 그래서인가 감수성이 많이 살아있다. 그리고 취재 목적으로 만났겠지만 그 대상 선정도 잘 한 것 같다.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어린 엄마들, 수험생, 코시안,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여성, 도시 노인, 광부, 보안관찰 대상자, 무슬림, 좁은 공간에서 혼자 근무하는 사람, 어부, 농촌 청소년, 소록도의 나환자 등이다. 어쩌면 한결같이 외롭고 고통스럽다. 모두 사회적 약자다. 근데 가만히 보니 모두 경제적 무능력자들이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는 빈곤층이다. 인종, 직업, 성별 구분에 관계없이 약자들은 모두 경제 무능력자들이었다. 이런 제기랄.

쓰다 버린 소모품 정도로 다뤄지는 인생........
항상 그랬다. 자본의 속도가 인권, 복지의 속도보단 너무도 빨랐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돈이 사는 세상이지.

사진이 있어서 울림이 더 컸다. 김윤섭. 이 친구 덕에 다시 사진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처박아 놓은 내 카메라도 한 번 꺼내 만져 보았다. 니콘 FM2. 고전이자 나의 첫 카메라다. 닦아보기도 했고, 맹수가 사냥감을 노려보듯 피사체를 향해 이리 저리 조리개도 돌려 보았다. 그리곤 철크덕. 이런 필름이 있었네. 몇 년 전에 찍다 남긴 필름이 그대로 감겨 있었구나. 그러다 맥없이 다 낡아 떨어진 카메라 가방에 그 놈을 집어 놓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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