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 - 일본에 대한 체험적·역사적·인문학적 보고서
이규배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규배, <일본, 아무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 시사일본어사. 2006.




규배 형이 책을 보내왔다. 책 안 표지엔 '사랑하는 영권에게'라고 글을 써서 보내왔다. 우리 마누라 왈 "왠 사랑하는, 킥킥킥". 그랬지만 사실 규배 형은 나를 솔찬히 챙겨준다. 고마운 사람이다. 주변에서야 이러저런 말을 많이 하지만, 암튼 지금까지 나 개인에겐 세심한 관심으로 살펴준다. 이 책을 받고 바로 읽은 것도 그런 애정과 관심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

규배 형은 일본 유학파다. 그런 만큼 나름의 일본관이 있다. 전에도 일본 관련 책을 두 권 냈다. 이번이 세번째 책이다. 전에 언젠가 나보고 네가 벌써 3권을 냈으니 본인이 더 늦었다며 분발하겠다고 했다. 부끄럽게스리.

암튼 재미있게 읽었다. 규배 형도 이번엔 상당히 대중성에 신경을 쓴 모양이다. 서문에서도 그는"독자들이 가능하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의 손질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이런 공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서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문에서도 그의 그런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어휘 선택에 있어서도 과감히 대중적 언어를 찾았다. 내 입장에서야 그게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학자적 글쓰기만을 해왔던 그로서는 대단한 변화이자 의지였겠다 싶다. 그래서인지 글은 한 번 잡으면 끝까지 간다. 물론 깊이가 얕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식인 풍습이 한국에는 없었다고 했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도 굶주림이 심했을 때 죽은 자식을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건 일본만의 특징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일본을 다시 보게 된 게 적지 않다. 일단 그가 민족주의적 시각을 바탕에 깔고,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일본의 장점에 대해 담담하게 써 내려간 게 마음에 들었다. 일본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어찌보면 저럴 수 있나 싶게 황당하고 괴씸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하나하나 작은 면모를 볼 땐 감탄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자기 잘못을 깨우치는 방식으로 교육을 하지 잘못의 탓을 남에게로 돌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예심과 수치심을 알게 하는 교육을 한다. 어찌 보면 할복 자살도 그 때문에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슬퍼도 울지 않는 일본인의 특징은 워낙 슬픈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고 무사도의 덕목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다. 또 그들의 질서 의식은 중세 때 조그만 범법을 해도 사형시켰던 공포와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적 준법 실천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역시 공감할 대목이다.

메이지 유신 전까지 일본이 육식을 금했었다고 하는 건 신선한 지식이다. 그래서 키가 작아 왜놈이었다는 것이다. 메이지 때 유럽을 따라잡겠다고 육식을 강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포악해진 것인가. 샤브샤브라는 음식도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한국 말로 하면 '잠방 잠방'이라고 할까. 얇게 썬 고기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는 과정에서 나는 의성어. 그게 바로 샤브샤브라고 한다. 육식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육식을 하게 되면서 탄생한 새로운 요리법.

암튼 일본은 우리를 속속들이 잘 안다. 반면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른다. 온갖 편견 속에 숭배나 멸시, 두 종류의 시각이 강할 뿐이다. "일본의 모습은 아직도 두터운 외투 속에 감춰져 있다"고 이규배는 말한다. 알아야 한다.
언제부터였던가. 일본은 차근차근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좋아함과 싫어함, 그런 감정과는 무관하게 일본은 한 발짝씩 다가온다. 한 때는 지긋하게 그곳에서 몇 년 동안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왜 그런지 몇 년쯤은 생활해 보고 싶은 땅이다. 혹시 사람 일이 어찌 될 지 모르니, 차분차분히 일본에 다가가는 그런 책읽기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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