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rich Fromm, - The Art of Loving





때론 황당한 일도 겪는다. 갑자기 에리히 프롬 책을 읽고 싶어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마구 구입했다. 들어본 제목이라면 모두 불렀다. 근데 그 중 유독 책 값이 싼 게 있어 덤으로 하나를 추가했다.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책값이 싼 건 다름 아니라 영어로 된 책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런 황당함이라니. 내가 언제 영어책이나 읽고 있겠나.

그렇게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이번에 읽었다. 박사과정 졸업시험에 전공외국어가 있는데 전공 영어책을 읽기는 좀 갑갑하고, 그래서 워밍업 기분으로 잡았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진도가 나갔다. 어라!!1
신이 났다. 내가 영어책을 읽을 수 있다니. 아마 부담 없이 잡은 책이라 그런 것 같다. 교재로 잡았다면 갑갑했을 것이다. 어쨌든 다행이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경험을 한다.

번역본 이름은 대부분 <사랑의 기술>이다. 근데 읽어보니 제목이 영 마음에 안 든다. 기술? 테크닉? 그거 아니던데. 왜 그런 제목을 붙였을까. 차라리 그냥 <사랑에 대하여>나, <사랑에 대한 에세이>나 아니면 <진정한 사랑이라는 건> 등, 이런 제목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 먼저 Care 돌봄이라고 할까, 아니면 배려, 관심, 정확한 번역어가 힘들다. 엄마가 자기 자녀를 살피 때, 그런 과정에서 나오는 마음이 사랑의 기본 구성 요소 중 첫번째다.
다음은 Responsibility, 이건 외적으로 주어지는 책임감? 아니다. 그러면 부담스럽다. 책에서도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건 완전히 자발성에 근거한 행동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태도에 기꺼이 응할(respond) 자세가 그것이라는 것이다.
세번째는 Respect이다. 존경이 사라진 사회. 권력 앞에서 굴종만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존경을 떠올리기가 어색하다. 여기서도 이 항목은 강제성이나 어떤 공포에 의해 조성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존경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그 특성을 그대로 인정할 줄 아는 자세. 그게 바로 사랑을 이루는 세번째 기본 요소라고 한다.
네번째가 Knowledge다. 물론 알아야 한다. 근데 이건 상대방을 아는 것만이 아니라 나를 아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사랑에 의해 그 앎은 제대로 된다고 한다. 사랑을 통해 상대를 알고 나를 알게 된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가 왜 이런 책을 썼을까. 사회에 대한 걱정 때문이리라. 물론 사회는 사회 구조가 문제다. 그러나 구조 탓만 할 건 아니다. 개인의 행위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행위를 규정하는 건 비단 구조만이 아니다. 심리적 요소도 있다. 그것 때문이 아닐까. 구조에 대한 강조 못지 않게 개인의 행위를 중시했기 때문에.

암튼 난 영어 공부했다.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그냥 영어 공부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이렇게 쓰고 나니 좀 그렇긴 하다.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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