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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3년 1월
평점 :
김용옥,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 통나무, 1990.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다. 태권도 관련 글을 또 써야만 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 <왜곡과 미화를 넘어 제주역사 다시보기>시리즈로 이 관련 글을 썼던 것인데, 누군가 그걸 주의 깊게 봤던 모양이다. 더 자세히 써 달란다. 사실 더 쓸 것도 없는데. 그럼 형식을 달리 해서 써 달란다. 그러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김용옥의 책을 다시 읽었다. 전에 그냥 대충 읽었는데, 좀 더 책임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읽은 것이다. 확실히 재미있다. 요즘이야 누구나 솔직하게 쓰지만 그 시절에 김용옥은 파격이었다. 나로서야 별로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의 장점까지 외면할 생각은 없다. 내가 싫어하는 건, 그 특유의 귀족성이다. 나머지는 좋다. 그이 뻥도 사실은 귀엽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의 긍정성을 인정하는 바다.
이 책에서도 얻을 게 많다. 태권도 역사 조작이야 이미 양진방의 논문에서 다 밝힌 것이라 새삼스러울 건 없다. 다만 김용옥은 자신의 경험을 책 속에 많이 넣은 것이 생동감을 더해 준다. 그가 일본 유학시절 가라데를 봤더니 이건 자기가 한국에서 배운 태권도하고 완전히 똑 같더라는 이야기, 그의 충격이 다른 논리적 설득보다 더 호소력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한다면 가라데를 일본의 무술로 말한 것이 아니라, 오키나와 아니 유구국의 무술로 정리한 점, 그것이 1922년 경에 일본화한 것, 그리고 그 오키나와 무술은 당수였는데, 그걸 공수로 바꾼 것. 그건 군국주의화가 강화되어가던 1936년의 일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재미있는 건 공수나 당수가 둘 다 일본 발음으로는 가라데라는 점이다. 그랬으니 일본 애들도 잔머리 굴린 것다. 당시 적국이던 당(중국)의 이름을 빼고 빌 공자를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발음은 같은 것으로 가져가서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고유무술인 것처럼 사기치는 기술.
우리도 이런 건 잘 배운다. 그래도 한국 태권도가 이젠 가라데의 틀에서 많이 벗어났다. 마징가 제트가 태권브이가 된 것처럼.
철학자 김용옥, 그의 관심 방면이 넓은 게 좋다. 학문은 깊기도 해야 하지만 넓기도 해야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