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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허스님의 차 - 아무도 말하지 않은 한국전통차의 참모습
지허 스님 지음 / 김영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지허 스님, <지허스님의 차>, 김영사, 2003.
내가 차를 접한 것은 요가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 전에도 녹차를 마시긴 했지만 습관적으로 마신 건 5년전 부터다. 그런데 그 차는 중국의 보이차가 주종이다.
그런데 한국의 전통 차는 그게 아니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보이차가 좋았다. 아니 어쩌면 계속 그럴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의 전통차라는 게 만들어내는 과정이 너무도 많은 공이 드는 것이라 대중화는 힘들 것 같고, 그렇다면 나같은 서민과 거리가 있을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것은 알아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러 유익한 정보를 내게 주었다. 우선 차의 종류다. 차는 동백나무과 상록수로서 원산지에 따라 인도의 앗삼종과 중국의 대엽종, 소엽종이 있으며 일본에서 품종을 개량한 야부기다 종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서 흔히 전통차라고 알려진 것이 사실은 일본의 개량종 야부기다 종이라는 것이다. 이게 왜 문제냐 하면 빨리 그리고 많이 재배하기 위해 비료 농약을 쓰다보니 영 맛이 갔다는 것이다. 본래 차는 파종한 후 8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뿌리가 몸체보다 3배가 긴 직근이다. 길게 밑으로 뻗었다는 말이다. 그런 것인데 비료를 주다보니 뿌리가 옆으로 뻗는 횡근이 된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전통 녹차라고 하는 것의 85%가 이 야부기다 종이며 10%가 비료에 의해 변종된 것이고, 고작 5%만이 순수 자생차나무라 한다.
그리고 녹차라는 것도 말이 안된다 한다. 본시 우리차는 다갈색을 띠며 녹색을 띠면 차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영향 속에 이런 황당한 색을 쫓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흔히 다도라고 하는 형식이다. 이것 역시 일본에서 무분별하게 들여온 것인데, 본시 다도는 편하게 마시면 되는 것이지 특별한 형식이 없다 한다. 이게 참 마음에 든다.
"어떤 수행자가 선원에서 좌선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노스님이 그 앞에 와서 토방돌에 기왓장을 갈았다.
좌선하던 스님이 나와서 왜 기왓장을 가느냐고 물었다.
노스님은 거울을 만들려고 그런다고 했다.
좌선하던 스님이 그래서 거울이 되느냐고 물었다.
노스님은 좌선을 한다고 부처가 되냐고 했다.
이는 좌선하는 것과 부처가 되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좌선은 형식이요, 부처는 내용이다. 충실한 내용만 있으면 형식은 그때 그때의 여건에 맞추면 되는 것이만 요란하고 찬란한 형식을 다 갖추었더라고 내용이 없으면 너절한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형식을 취하고 마는 것이 다도가 아니라 차의 근본과 나의 성품을 밝혀서 알아가는 것이 다도이다."
"초의선사는 <茶神傳>에서 우리 조상들의 다도를 정리하여 간단 명료하게 '정조결(精燥潔)이면 다도진의(茶道盡矣)니라'라고 말씀하셨다.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저장할 때 건조하게 하며 마실 때 청결하게 하면 다도는 완성된다는 뜻이다."
이왕 초의선사의 <다신전>을 인용할 것이라면 다음의 구절도 기억해두는 것도 좋겠다.
"혼자 마시는 차를 신(神)이라 했으니 신비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고, 두 사람이 마주앉아 차를 마시면 승(勝)하다 하여 더 이상 좋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서너 사람이 모여 마시면 그냥 차가 좋아서 마시는 것이고, 대여섯 이상이 모여 마시면 평범한 음료수를 베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외 차에 관한 이야기들:
다산 정약용: "飮茶興 飮酒亡(음다흥 음주망)
지금처럼 여사무원이나 비서실에서 커피나 녹차를 날라주어 권하기보다 손님이 내방했을 때 주인이 팽주가 되어 손수 도자기 잔에 차를 따라 주어 주객이 같이 마신다면 더없는 최고의 대접이 된다. "
강우방; '만일 내가 차 맛을 안다면 秋史처럼 不二의 禪境에 들었다고 능히 말할 性情을 지니고 있지만,
등의 표현들이 재미 있었다.
어쨌든 차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넓혔으니 소득이 있다. 앞으로 이쪽에 많이 관심을 가지고 싶긴 한데.......
조주 선사의 '끽다거(喫茶去)'화두가 새삼 떠오른다.
"차나 한 잔 하고 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