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휴먼 앤드 북스, 2004.

삶 전체를 던져 구도자의 모습으로 사진 작업을 하던 김영갑, 그가 루게릭 병을 얻고 절망 이후의 희망을 만들어가며 내 놓은 책이다. 사진 작가의 사진책임에도 나는 사진 보다 그의 글을 읽었다. 단숨에 읽었다.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빰위로 내리는 그것을 쉽게 닦아내지도 못했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던 그가 글로 말을 했다. 물론 사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진이 전혀 주는 느낌에 차분히 감염되기 전에 글 그 자체가 나를 감전시켰다.

이 시대에도 진정한 예술혼을 가진 사람이 있었구나. 짝퉁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그의 존재가 그 자체로 신성해 보였다. 책 말미에 안성수 교수가 쓴 글에서 처럼 신은 어이하여 그에게 이런 시련을 내린 걸까.

김영갑,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라는 말을 하는 사람, 나는 어떤가? 중심이 나 자신의 단전에 가 있는가, 아니면 주변 사람의 눈 속에 가 있는가?
경지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제주에 김영갑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허나 제주사람들은 한 동안 그를 경계했던 모양이다.
"제주에서 몇 차례 사진전을 열 때마다 나는 뭍의 것으로 분류됐다. 간혹 신문에 실린 전시회 기사를 보면 나는 섬에 머무르며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가 된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사람으로 그려진다."
괜히 미얀타. 과연 누가 제주사람인가? 김영갑만치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 흔한가? 혈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느 만큼 제주를 아끼느냐 하는 데 있다.

어쨌거나 타들어가는 육신을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의 희망대로 "사람 능력 밖의 세계"를 믿을 뿐이다. "길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길 바랄 뿐이다.
혼, 삶을 오롯이 바친 예술가, 구도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깊이 고민케 한다.

2004. 3. 2. 학교에서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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