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토월 - 이문구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4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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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작가님의 대표작은 역시나 "관촌수필"

학창시절에 문과계열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관촌수필"을 국어나 문학시간에 배웠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이 책에는 이문구 작가님의 연작소설 "관촌수필"의 1,3,4,5편과

또다른 중단편소설 몇 작품이 실려있다.


처음에 나오는 "암소"는 머슴인 선출이 황씨 주인에게 세경을 빌려주고,

그 돈은 암소가 되어 송아지까지 배었다.

선출은 팔려고 했고, 황씨는 팔지 않는다고 하며 실랑이를 하다가

고사 지내던 날, 그 소는 술 한 독을 다 먹고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 이 허탈함을 어찌해야 할까.


관촌수필의 첫 번째 작품인 "일락서산"은 '해가 서산에 진다'는 뜻으로

화자가 고향에 내려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등

어린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옛집에 인사하며 서산마루의 지는 해를 바라본다.


관촌수필의 세 번째 작품인 "행운유수"는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옹점이라는 인물을 회상한다.

화자보다 십 년이나 많은 옹점이는 지하조직 총책이였던 아버지때문에

집에 사람들이 숨어들었고, 가택수색을 하러 순경들이 찾아와서 뒤집어놓곤했는데

그때마다 아주 당차게 나섰다.

굴뚝에서 연기가 많이 난다며 사람들을 숨겨 준 거 아니냐는 말에

밥 짓고, 국 끓이고, 찌개 하면 더 연기가 많이 난다며 받아치고,

몇 살 먹었냐는 말에 멥쌀도 먹고, 찹쌉도 먹는다며 받아친다.

아주 기깔나게 당차고 당찬 "옹점"이는 다른 곳으로 시집가고 소식이 끊겼다.

그 뒤로 우연히 들은 소식은 그녀가 약장수 패거리를 따라다니며 노래를 부른다는 것.

그리고 정말 노래부르는 그녀를 보게된다.

그 장면이 어찌나 구슬프던지 "행운유수"라는 제목처럼 

떠도는 옹점이의 인생이 참 안타까웠다.


관촌수필의 네 번째 작품인 "녹수청산"은 '초록빛 물과 푸른 산'이라는 뜻으로

친구 '대복이'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대복이지만 화자에게만큼은 든든한 친구였다.

도둑질과 겁탈등으로 감옥에 갔다 돌아오지만 미군, 국군, 빨갱이등

시대상황으로인해 모든 것이 여의치가 않다.


관촌수필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공산토월"은 

'빈 산이 달을 토한다'라는 뜻으로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왜 이 제목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신현석'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남을 도와주는 모습과 화자인 "나"의 집안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부분에 대해 고마워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이기적인 모습이 없는

착하디 착한사람이며 그런 사람이 백혈병에 걸려 끝내는 치료하지 못하고 죽는다.

마지막에게 화자에게 잘 살아달라고 말하는 그.

움직여지지않는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죽어가는 그를 보고, 화자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이렇게 관촌수필의 4가지 이야기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마다 그 시대적 환경에 푹 빠져서 캐릭터에 더욱 동화되었다.


다음에 나오는 "우리동네 김씨", "우리동네 이씨"도 연작소설이다.

그 당시의 환경과 국가시책을 꼬집는 듯한 분위기인데

제대로 된 농가대책도 없고, 민방위 교육도 엉망이다.

말도 안되는 헥타르라고 도량형 명칭을 바꾸기도 한다.

재밌는 이야기속에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명천유사'에서는 문간방에 살던 최서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당하던 옹점이가 다시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고,

양로원에서 보내는 최서방의 말년이 참 애달퍼서 불쌍하기도 했다.


'유자소전'은 친구 유재필에 대한 이야기다.

선비적인 덕량의 본보기라 여기던 친구였고, ' 나 유가여'라는 전화의 첫마디가 구수하고 정겹다.

그와 처음 만난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선생님과 나눈 장면에서는 너무 웃겨서 빵터지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배려했던 유재필씨는 안타깝게도 간암으로 죽었다.


'장동리 싸리나무'에는 '하석귀'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하염없이 저수지를 내다보며 앉아 있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난초를 키운다.

어느 날 수면을 바라다보고 있다가 배를 보았다.

그래서 배 임자네 집을 가려는데, 그 배 주인이 아직 안 돌아와서 배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가 본 그 헛것은 무엇이였을까?

'늘 물에 뜨는 물 같은 것만 봤던겨. 못나게, 지지리도 못나게'라며 말하는 이야기는 끝이난다.


모든 단편마다 주인공의 삶이 잘 묻어나있고,

시대적 아픔이나 농촌의 풍경이 정겹게 그려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살짝 적응되지 않았던 사투리도 점점 분위기와 맞물려 재밌었고,

이문구 작가님을 '농촌 최후의 시인'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제일 눈에 들어왔던 것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삶이였다.

이야기에 끌려 읽다보면 어느새 주인공이 마음에 들어왔고, 안타까웠고, 뭉클했다.

사람이 눈에 보이는 소설들이였다.

이 책에 실리지 않은 관촌수필의 나머지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문학동네 #공산토월 #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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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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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죽은 그 남자와 소년은 이승과 저승의 사이를 넘기전,

불사조가 되고픈 여우에게 피를 주기로 하고, 사십 구일의 시간을 얻는다.

다른 모습을 하고 "구미호 식당"으로 돌아온 그들은 과연 어떤 시간들을 보내게될까?


할머니와 형 사이에서 구박만 받다가 사고로 죽은 소년은

인생에 대해서 별로 미련이 없어보였다.

이승과 저승 경계에서도 다시 시간이 주어지는 것에 별 미련이 없었다.

아저씨의 권유로 다시 함께 돌아온 것이였다.


그렇다면 아저씨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호텔 셰프로 일했던 그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크림말랑"이라는 음식을 매개체로 소문이 나면 반드시 그녀가 찾아올 것이라 믿었던 아저씨.

당연히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했고, 

어떤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점점 사십 구일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저씨의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이상한 남자만 찾아온다.

그녀 대신 온 것이라며.

그와중에 '구미호 식당'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소년의 형이 들어오게된다.

그와 그녀의 사이에 얽힌 이야기와

소년과 형, 할머니 사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하나씩 풀어지면서

잔잔하면서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십 구일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들은 그렇게 오해를 하고, 영영 미워하는 존재로, 원망하는 존재로 떠났을 것이다.

죽기전에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으로는 그 일주일의 시간이 오히려 더 고통스럽고 아플 수도 있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하고싶은 말들은 다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의로 타의로 사람을 오해를 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그리고서는 영원히 사는 삶처럼 그런 오해, 미움, 원망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버린다.

나도 상처받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다 문득 죽는 순간이 오면 그런 것들에 대해서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 분명히 유한한 시간일 걸 아는데 자꾸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이렇게 삶의 소중함, 매일매일의 소중함, 유한한 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책을 만나게되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하루하루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야지, 후회없이 살아야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해야지'하면서 말이다.


잔잔하게 풀어낸 이야기들이 가독성도 좋았고,

좋은 마음과 다짐을 느끼게해줘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서평단이벤트로 진행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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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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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아귀도'라는 섬이 있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단서를 찾다가 낚시 모임에 가게된 '문승진'.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그의 학교 후배 '민희주'.

그들은 낚시 모임에 함께 갔는데 그곳의 멤버들은 각각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승진'의 아버지와 다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였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후 배에 화재가 나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섬 '아귀도'로 피신하게된다.

그 무인도 같은 섬에는 역시 '문승진'아버지 회사와 관련된 사람의 딸 '양서희'가 있었다.

'양서희'의 아버지는 '아귀도'에서 어떤 연구에 매진하다 죽었다.


우연한 사고로 "아귀도"에 피신하게 된 그들은 "양서희"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구조를

기다리려고 하는데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 섬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모임의 누군가의 소행일까?

전형적인 "클로즈드 써클" 느낌이 조금 식상하다고 생각되려던 찰나 이상한 낌새가 포착되었다.


물고기인지, 괴물인지 모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거대한 괴수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분위기로 흘러갔다.

집 안에 얌전히 있자니 살인자가 누군인지 몰라서 불안하고,

밖으로 나가자니 거대한 식인 물고기같은 것들이 어디에서 공격할지 모르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였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물고기 이름들이 나오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 크기와 생김새에 놀랐다.

그 거대 물고기들을 유전 변형시키면 진짜 이 책 이야기처럼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단 생각에 더 오싹했다.


"뚜룩 뚜룩 뚜룩. 뚜뚜뚜뚜" 소리를 내면서 치어들이 몰려오고,

거대한 괴수가 함께 막 달려오는 장면은 정말 대박이였다.

장면의 생동감이 너무 잘 느껴져서 상상이 잘되니 그 긴박감과 공포감이 마구 밀려왔다.

도대체 그 괴수들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또 살인자는 누구인지

클로즈드 써클과 크리쳐 호러의 절묘한 조합이 꽤나 자극적이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계속 알쏭달쏭하게 죽어나가고,

괴수와 그것의 새끼 치어들도 계속 나타나고,

과연 그들은 섬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욕심때문이였는데

결국 사람이 제일 잔인하고 무섭고 대단한 것 같다.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재밌는 소설이였고,

지금도 그 어떤 외딴섬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괴수의 CG처리를 잘해서 영화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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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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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 영화는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제목마저 비슷한 '라스트 레터'라는 이 책에 눈길이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첫사랑이자, 여전히 지금도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동창회에 갔는데

그녀가 아닌 그녀의 여동생이 나타났다.

외모가 비슷해서일지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여동생을 보고 그녀라고 착각했고,

무슨 일이지 그녀의 여동생도 자신이 그녀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그는 당연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어린시절 그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의 여동생은 그를 사랑했다.

이 얽히고설킨 관계속에서 왜 그녀의 여동생은 그녀 행세를 했을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동창회에서 헤어지고, 그가 그녀의 여동생에게 보낸 문자가 발단이 되어

그녀의 여동생은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언니의 행세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일방적 편지의 단절 내용으로 시작되었는데

어느새 시시콜콜 집안의 일들을 그에게 편지로 써서 보낸다.

자신의 첫사랑과 조우하게 된 기쁨이였을까?

그시절 언니때문에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누려보고 싶었던걸까?


그녀의 주소를 찾아 편지를 보낸 그.

그의 편지는 그녀에게 닿을 수 없었고, 그 편지는 의외의 인물에게로 향하게된다.

그렇게 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넘나들고,

그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편지"라는 것이 주는 아련하고 순수함이 있다.

지금에야 몇 초라는 시간이면 충분히 상대방에게 연락하고 의사를 물을 수 있지만

"편지"에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것을 펼쳐서 읽을 때의 느낌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 아날로그적 아련한 감성을 담아낸 '라스트 레터'.

첫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그에게 조금은 잔인했을지도 모를 과정이지만

그 시간들이 결국에는 그를 인생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들었지도 모른다.


"편지"라는 매개체만으로 어린시절 예쁜 추억들이 생각났던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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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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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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