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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평점 :

빛을 통과시키면 다양한 색깔이 보이는 "프리즘".
정답도 없고, 똑같지도 않은 사랑을 비유하기에 참 적당한 것 같다.
빛처럼 모든 사랑이 반짝일 수 있을까?
보이는 색깔과 반짝임의 정도를 다를지 모르지만 "사랑"은 분명 빛이 난다.
이 책 속의 "예진", "도원", "호계", "재인"이 그랬던 것처럼.
혼자 조용히 커피 마실 수 있는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예진" 과 "도원".
"예진"의 밝음이 좋아보이면서도, 부담스러웠고,
"예진"은 점점 마음속으로 "도원"을 좋아하게 되었다.
정말 사람의 인연은, 마음은 이렇게나 우연히 시작되나보다.
밝은 "예진"으로인해 잘 될 것도 같은데 "도원"의 적당한 거리 유지에 왜 그런가 싶으면서도,
더 이상 마음 다치기 싫어 차라리 적당한 좋은 거리가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원"의 아픔을 알고 난 후에는 더더욱.
베이커리 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재인"과 그 가게에서 일하는 "호계".
"호계"는 어플을 사용해서 이성과 술을 마시고, 의미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재인"은 남편과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이상한 이유로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끊어야하는 관계를 계속 이어가거나, 의미없는 관계에 시간을 보내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알게된 "예진"과 "호계".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만나게 된 "도원"과 "재인"은 십여년전 노래를 계기로 이미 알던 사이다.
단순히 알던 사이가 아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잡지 못했던 사이.
그들의 관계는 이렇게 얽히는 듯 하면서도, 명확했고,
명확한 것 같으면서도 정리되지 않았다.
썸을 탈 뻔한 좋아하는 남자를, 옛 여자에게 뺏기며 치사한 것인지 걱정인지도 모를 일을 저질러버리는 "예진".
그 마음을 엉뚱하게 다른 남자에게 풀어버리기도 하고,
정작 자신을 아끼는 남자의 마음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순간의 그 선택을 그녀는 얼마나 후회했을까?
외로워서 다른 사랑을 만났고, 헤어졌을 때는 또 얼마나 후회했을까?
그 일련의 모든 과정이 안타까우면서도 느껴졌다.
'그래, 사람인데, 외롭겠지, 후회되겠지'
병으로 죽은 부인을 두고 죄책감에 누군가를 다시 만나기 어려웠을 "도원".
더 이상 상처가 두렵기도 했고, 특별한 감정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인"에게 용기를 내였지만 그의 마음에는 아직 상처가 남아있었다.
"재인"은 혼자 남겨지는게 두려웠을까?
왜 전남편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했을까?
가족의 상처가 많은 "재인"이 당당히 혼자 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였다.
"호계" 역시 왜 이렇게 자유롭나, 뭐이렇게 관계를 쉽게 생각하나 싶다가도
역시나 사람에 대한 상처, 믿는 사람에 대한 아픔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
그들이 사랑하고, 아프게 이별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들이
그 나름대로의 형태로 모두 마음에 와 닿았다.
설레였고, 안타까웠고, 불안했고, 아련했고, 가슴 아팠다.
아주 절절하게 특별한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아주 신기한 인연의 사랑이야기도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 누군가를 떠올리고, 어떤 사랑이 소환되는 경험을 누구나 할 것이다.
누군가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설레이는 봄처럼,
온 세상의 중심인 듯 불타오르는 여름처럼,
그 사랑에 아파하고, 힘든 쓸쓸한 가을처럼,
외롭고, 상처를 보듬어가며 버텨야하는 겨울처럼
공감되고, 느껴지고, 이해되었다.
특별하지 않다면 특별하지 않을 이 이야기들이 상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공감되는 캐릭터들과 마음에 콕콕 박히는 문장들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고,
그게 바로 손원평 작가의 힘일 것이다.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이고,
그들의 안녕을 빌며, 나의 안녕을 빌며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책이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프리즘처럼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싶고,
나도 반짝이고 싶다.
* 본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