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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주의보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8년 3월
평점 :

책을 다 덮고 이 끓어오르는 마음을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겠다.
그의 선택에 감격해서이기도 하고,
난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인함
'문학수첩' 출판사라는 점,
황정민 배우가 주연인 곧 방영될 드라마의 원작소설이라는 점등
흥미롭게 끌리는 이유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에 대한 응답은 시작되자마자 붙여나간 포스트잇이 말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 위주로 읽는 소설 장르는 거의 포스트잇을 붙이지 않는데 말이다.
시작은 언론사의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나도 사회생활 경력이 있다보니, 공감되는 문장이 엄청 많았다.
운좋게도 전공을 살려서 취업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바로 IT 연구원이 되었고,
또 운좋게도 실력있는 사수와 팀장님들을 만나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취업난이나, 부당한 대우, 차별 승진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다보면 왜 열받고 울화통 터지는 일이 없겠는가?
회사 오너에 대해서, 회사 조직에 대해서 욕하는 순간이 온다.
회사를 때려치우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고 버틸 수 밖에 없는 순간도 온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너무나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았고, 사이다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속시원했다.
언론사에 인턴기자들이 들어왔고, 그 중에는 여러곳에서 인턴기자 생활만 했던 그녀가 있었다.
실력은 있지만 지방대를 나왔기에 그 부분을 늘 핸디캡으로 여기며 더 열심히 했던 그녀.
그러나 우연히 국장과 담당 선배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녀는 곧 회사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회사의 온라인 기사로 유언서를 써놓고 자살한 그녀.
유언서의 한 줄 한 줄이 어찌나 안타깝고, 막막하던지, 그녀의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때부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침묵을 강요하는 자들과 진실을 알고 있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권력자들의 행동거지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같은 인터기자들은 혹여나 자신들의 정직원 전환에 누가 될까봐 아무말 못하고,
선배들 역시 윗선의 누름에 침묵한다.
그런데 인턴기자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그는 무언가 더 뒷이야기를 알게되고, 그걸 계기로 기획실로 올라가며 더욱 침묵하게 된다.
언론에 바르고 소신있는 기사가 아닌 회사 이익을 위해 '기레기=쓰레기기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기사 쓰는 기자들,
을의 입장에서 부당한 것들에 대해서 침묵하면서도 괴로워하는 사람들,
기업들끼의 이익관계에 의한 인사비리,
언론사내의 여러가지 부조리한 모습등 여러가지를 이야기에 녹여 보여주는데 몰입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는 다행히 이정도는 아니구나 싶어서 안도감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어느 조직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 씁쓸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진실을 밝히고, 시원하게 사표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자신의 밥벌이를 진실의 발언과 맞바꿀 수 있을까?
또 그 진실이 어디까지 영향을 주고,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한 집안의 가장인 그의 선택은, 곧 아기도 태어날 그의 선택은 정말 놀랍고 감격적이였다.
나도 그처럼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인 뒷감당은 그의 몫이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통쾌했다.
뉴스 기사를 보면 여전히 비리, 권력자들의 횡포, 뇌물, 청탁, 횡령등 온갖 것들이 난무한다.
그속에서 "을"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생존권과 진실의 갈등에 부딪히면 때로는 비겁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침묵하기도 할 것이다.
무조건 침묵하지말자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그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소리를 내보도록 노력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침묵주의보"를 마음속에 품고, 경보 정도는 울릴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사회의 문제점을, 언론사의 현실을, 언론사의 몫을,
더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려준 책 "침묵주의보"
본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