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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연탄재, 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사실, 나는 당신입니다란 책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안도현이라는 저자때문이다.
그의 워낙 유명한 시 때문에 그의 책을 펼쳐보게 된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이 시 한편이 뇌리속에 각인되며 가끔 뜨거웠던 연탄재를 떠올리곤 했다.
아쉽게도,
그의 신작은 신작이 아니다.
십년전 백일 동안 쓴 러브레터라는 두 권의 책을, 느낌이있는 책 출판사가 이번 책으로 묶어 수정본으로 낸 것이다.
물론 안도현 저자의 다듬질이 필요한 작업이 첨가되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느낌은, 뭐랄까 좀 넘치는 느낌.
시 해설이 있는 산문집.
안도현의 책속의 책.
p98.
정양의 시 '토막말' 전문 중에서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사실 이 글이 가장 뇌리에 스쳤다. 위트넘치는 글과 그 해석이 더 아름답다.
이 글에 대한 안도현 시인은 이런 글을 남겼다.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으면 바닷가 모래밭에 이렇게 마음을 쏟아놓게 되었을까요. 띄어씌기도 없이, 맞춤법도 없이, 체면도 없이 말이지요, 그리움이란 이렇게 늘 대책 없는 것인가봅니다.
그 다운 글이다. 시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그의 덧붙임 글에 또 한번 그리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바닷가에 쓴 글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심리를 생각하고, 여기에 시로 승화시켜주는 능력.
그리고 그 시에 대한 산문 하나 덧붙임에 또 하나의 생각에 잠기게 만든 글.
이게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이다.
출판사는 책 제목으로 고은 시인의 '그리움'을 선정했다.
p180
나는 당신입니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오 그리운 푸른 하늘 속의 두 사람이여
민주주의의 처음이여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한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라는 약간은 모호한 이 구절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다는 말보다 나는 너다라는 말을 제가 좋아하는 것도 그러한 까닭입니다. 나는 당신입니다.
p227에서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나는 너다.
나와 너를 동시에 해방시킬 수 있는 명제를 한번 가슴에 얹어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입니다라는 시의 민주주의를 잘 모른다.
고은 시인의 시 세계를 한번도 깊게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리움에 대한 느낌은 저자처럼 사뭇 모호하지만 알듯 모를 듯 싶다.
나와 너를 동시에 해방시키는 명제에 또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나와 너를 동일시하는, 나와 너가 한 몸체가 되는 것이라 이해하려한다.
이 책을 사실 신문에서 신간소개로 먼저 봤다.
기자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각 구성과 함께 기자의 멘트를 남겼다.
물론 연탄재란 단어를 사용하며 시인을 소개했고, 그의 작품에 관한 글 역시 남겼다.
기억에 남는 그의 마지막 문구는 인상적이다.
안도현 시인이 편안하게, 다시 시를 쓰는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립니다.
그의 시 세계를 그리워하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그가 보여준 256편의 책들은 시부터 산문, 소설, 고전부터 외국작품까지 다양하다.
모두 꺼내 읽어본다면 그의 서가처럼 될지모르지만 하나하나 밑줄긋고 읽었다는 그에 대적할 이 없을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문학적 내공이 이 처럼 방대한 독서량에서 비롯됨을 다시금 알 수 있었던 책이다.
나 역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의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시들을 만나보고 싶다.
굳이 사족을 남겨야 한다면 그에게 요즘 시인 한 분을 소개하고 싶다.
최근 대학가 강연까지 다니는 유명인사가 된 그는 스스로 시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시팔이'-하상욱 이다.
서울시라는 작품 1,2권을 낸 분이니 그의 디지털 시인임에는 분명하다.
시팔이 하상욱의 글은 연탄재처럼 짧지만 여운있는 글.
제목으로 위트를 더한 요즘 세대에 딱 필이 오는 스타일이다.
사실 그의 글(시)은 일본의 하이쿠(단가)에서 차용한 듯한 짧은 글이 많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진지한 궁서체로.
너
때문에
더
외로워
- 하상욱 단편 시집 '주말' 中에서 -
느낌이
왔었는데
확신이
있었는데
- 하상욱 단편 시집 '휴대폰 진동' 中에서 -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 하상욱 단편 시집 '애니팡' 中에서 -
막
좋지도
막
싫지도
- 하상욱 단편 시집 '월급날' 中에서 -
있는
듯
없는
듯
- 하상욱 단편 시집 '적금 이자' 中에서 -
알수없는
미안함
밀려오는
부담감
- 하상욱 단편 시집 '정시 퇴근' 中에서 -
이상하게
맘은편해
- 하상욱 단편 시집 '야근' 中에서 -
다시
올순
없는
거니
- 하상욱 단편시집 '여름휴가' 中에서 -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하상욱 단편시집 '거의 다 왔어' 中에서 -
촌철살인같은 그의 글은 이미 젊은 요즘 세대의 신속한(?) 전파력을 타고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장난같으면서도 뭔가 의미있는, 여운을 남기는 그의 글 속에서 또 다른 연탄재의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고민도 묻어나고, 제목과 함께 읽으며 느끼는 위트넘치는 글은 요즘 시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짧을수록, 의미가 함축될수록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독자들이 서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추측을 시에 감성을 불어 넣는다.
많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구전가요의 현대판은 시가 아닐까?
시의 운율이 정형화되던 시기를 지나, 이젠 거의 프리 스타일이다.
어쩌면 하상욱 시인은 그의 강연을 랩처럼 읆조리진 않을까?
거리의 시인들처럼 그들의 삶을 랩으로 소통의 창구를 만든 이들처럼.
SNS라는 카톡과 카스토리라는 또 하나의 신세대의 유행의 흐름속에 생겨난 기인들.
안도현의 나는 당신입니다라는 문구처럼,
나는 나다라는 세대의 나는 너다라는 짧은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
시 다운 시가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감성이 풍부한 글들이, 주옥같은 고전에 비할 현대 작품이 사라졌음에 슬퍼할 이들.
어쩌면 김수영의 풀처럼 다시 일어서는 시대적 아픔을 노래할 시가 없다며 주저 앉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지금의 안도현의 '나는 당신입니다'라는 책을 반겨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이 2014년. 다양한 계층의 소통이 화두가 되어버린 시대.
갈수록 배워야하는 디지털기기속의 색다른 어투와 신조어들이 매체에 소개되고 해석이 필요한 시대.
안도현의 글이, 연탄재의 뜨거움을 되살려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