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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 ㅣ 탐 청소년 문학 6
노경실 지음 / 탐 / 2012년 8월
평점 :
라오스의 고원이라는 볼라벤 태풍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난 후 우울한 세상이다.
이곳저곳에 피해가 속출하고, 사람들은 다시 자연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이마저도 산바라는 또 다른 중형급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니 참 걱정이다.
걱정없는 세상속에서 살고프지마 역시 세상사 새옹지마.
이마저도 없다면 우린 얼마나 힘든 일상속에서 살아가는지 깨닫지도 못했을것 같다.
힘든세상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이런 자연재해 속에서만은 아닐꺼다.
노경실 작자는 청춘의 성장속에 아픔을 책으로 이야기한다.
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
아마 제목 사이에는 (마음)이란 단어가 빠져있지 않을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울증 극복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안에서 펼쳐내는 저자의 내공은 상당하다.
우리사회 만연한 경쟁주의, 성과주의 그리고 학교내 왕따, 은따, 진따 등등.
학교폭력은 결국 빠져있지만, 문제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까닭이라 생각한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내 옆에서 학교를 다닐법한 우리 주변에 그저그런 친구들이기때문에..ㅠㅠ
(사실 오늘 신문에서도 성폭행 관련 기사를 읽었다. 초중고대학생, 그리고 성인과 노인 등 나이를 불문하고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다. ㅡㅡ; 특히 가해자가 성인뿐만 아니라 동급생과 약자로 불리는 발달장애아까지 너무나도 다양하다.)
평범한 열다섯 친구들. 현호, 지혁, 태수.
중학교 2학년인 이들은 한 동내 삼총사로 자란 친구들이다.
(동방신기때문일까? 별명이 4자다ㅋㅋ)
똑똑한 천재 지니어스 현호, 지니현호.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하는 스포츠맨 지혁, 스맨지혁.
기분이 울적하고 침울한 멜랑콜리한 태수, 멜코태수.
너네 아웃!
태수가 선언한다. 너네와는 아웃이라고.
태수는 엄마의 과도한 기대에 울적하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강한 태수가 되지 못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공룡은 사라지듯, 자신도 화석처럼 남게될꺼라는 태수.
지니현호는 태수가 우울증이라는 스맨지혁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사실 우울한 기분이야 누구라도 갖고 있으니...ㅠㅠ
결국 엄마는 태수가 우울증이라고 전해주고야 만다.
현호는 그런 태수가 고민하고 아파했을 시간들에 대해 친구로서 이해하려한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마음이 아픈 친구와 함께 있을 현호가 걱정되는 엄마.
당분간 떨어지라는 말은 곧 친구를 잃는 것과 같은 열다섯 현호에겐 가혹한 일이다.
엄마는 현호의 학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까 싶은 걱정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수의 우울증은 좋지 않는 이야기로 소문이 나돌지만,
현호와 지혁은 그런 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우울한 멜코태수가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당당함.
태수는 며칠 학교를 쉬며 심리치료와 함께 약물치료를 받으며 점차 일상으로 되돌아 온다.
남은 친구들 역시 태수의 빈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결국 삼총사는 다시 만나게되고, 일상으로 되돌아 오는 성장통을 이겨내는 소설이다.
이게 과연 소설로만 이어지는 글인지 아쉽다.
현실속의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조차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꺼내는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지....도대체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왕따놀이의 희생양이 되는지, 빵셔틀에 고민하고, 친구의 괴롭힘을 막으려 안간힘을 써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들.
그저 장난이라고, 이런 놀이인데 왜 내가 야단을 맞고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써야하느냐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따지는 아이들에게 도대체 어른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태수의 우울증은 우리 사회의 모든 청소년들의 우울증일지 모른다.
영어교육, 입시교육, 8학군, 좋은 대학, 명문학교, 조기유학, 성공주의, 1등만을 기억하는 풍토.
대한민국을 피로하다. 청소년들은 더 피로하다.
이 땅의 꿈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경쟁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이고,
1등과 명문학교 진학만이 최고의 목표로 여겨 아이들을 다독이는 부모들.
이들에게 언젠가 가장 행복한 시절일까?
부모의 욕심에 좋은 친구들만 사귀어라는 가르침이 전부일까?
우린 열다섯에 무엇을 위해 공부했었나? 왜 고민하고, 무엇에 가슴아파하며, 힘들어했을까?
마음의 감기라는 우을증, 청소년의 사춘기와 함께 가슴에 뻥 뚫어져버린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하는건 어른들만의 몫인가?
끊없는 질문들과 책임감, 그리고 이 책을 읽어내려갈 청소년들의 느낌은 어떤지 궁금하다.
태수, 지혁, 현호의 일련의 우정어린 친구들의 지지와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소속감과 일체감.
이들이 바로 우울증을 이겨내는 가장 심리적인 처방전이 아닐련지.
부모가 자식들의 사랑으로 자칫 어긋난 가르침을 주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품안의 자식이란 말 처럼, 밖에서 활동하는 이상 그들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하고 다독여줘야 한다.
지지하고 그들에게 실패와 도전의 아픔의 느끼게 해줘야 한다.
현호의 말처럼 우울증에 아파하는 친구와 아픔을 함께하는 친구로 성장하고,
내가 아파, 마음이 아프다고라고 당당히 말하는 태수가 용감하다고 인정하는 모습속에서,
지금 우리가 바라는 청소년을 그리는 건 아닐까 싶다.
(사실 현실속에서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나는 마음이 아파요!를 외칠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건 이런 청소년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법안을 상정하고 규제와 제도를 만들어 안전한 학교생활, 건강한 청소년 마음을 키우는 데 많은 기관에서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다 밥 먹고 살기 바빠서 그렇다고 하지만,
이젠 다르지 않는가? 잘 먹는게 바로 올바르게 먹고 살기위한 웰빙처럼,
잘 가르치는 것 역시 암기를 잘하는게 아니라, 올바른 인성으로 남을 배려하고 함께 성장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바로 올바른 가르침이 아닐까?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