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링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오에 겐자부로를 처음 만난 것은 <나의 나무 아래서>에서 였다. 그책을 읽으면서 참 아름다운 가치관을 가진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에 기뻐했었다. 그리고 그책의 번역이 잘못됐다고 혹평했던 기억도 난다. 그냥 자연스럽게 번역해도 될 글을 자꾸만 꼬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독자에게 이해를 돕기위해 상세히 기술한 부분이 오히려 글을 읽어나가는 흐름을 끊어서 흥미를 반감시키는... 어떨땐 한참을 읽다가 '어!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면서 다시 읽고서야 '그말이 이말이군' 하며 이해하고 넘어갔었다.   <체인지링>을 읽으면서 그때와 비슷한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번역자인가 하고 살펴 봤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건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작가의 스타일인 것이다. 평범한 독자가 읽어내기에는 심히 난해한 작가라고 해야할 것이다.

<체인지링>을 읽는 내내 <나의 나무 아래서>의 연장인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나무 아래서>를 읽었던 독자라면 아마도 <체인지링>을 쉽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고 작가의 심중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체인지링>은 오에 겐자부로의 삶의 철학이 절절히 녹아 있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유명감독의 죽음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해야하나? 소설 속에서 그가 죽음을 바라보는 모습은 우라의 입을 통해서 정확하게 표현되고있다.

"엄마, 나는 죽는 걸까?"

"만일 네가 죽어도 내가 다시 한번 낳아줄 테니 괜찮아."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 죽어가는 나와는 다른 아이잖아.?"

"아니야. 똑같아, 네가 나한테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고 듣고 한 것, 읽은 것, 해온 일, 그것을 모두 다 새로운 네게 이야기해 줄게.그리고 지금 네가 알고 있는 말들을, 새로운 너도 이야기하게 되는 거니까 두 아이는 완전히 똑같은 거야."

<체인지링>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이 내용에 모두 함축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설은 크라이 막스까지는 잘 달려온 느낌이지만, 결말에서 멈짓하다가 화자가 치카시로 변하면서 김이 빠져버린 느낌이다. 고기토가 마지막까지 화자로 나왔다면 정말 이렇게 끝맺고 싶지않았을 것같은 허무함이 남는다. 이런 느낌이 나만의 감상인지도 모르지만 다소 실망스런 결말임에는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