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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 여름 이야기 ㅣ 구름골 사계절 2
박경진 지음 / 미세기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꼬끼오 ! 첫 닭이 운다. 어스름한 보라빛 새벽이 밝아오고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 방실이도 잠에서 깬다.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흥건하게 젖어있는 이불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다. 그때부터 방실이의 고뇌는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어린 시절 한번 쯤은 다들 경험한 일이다. 뭐라고 핑계를 만들어서 이불위에 실수한 것을 모면해 보려고 애써보았을 것이다. 난 어린시절 동생이랑 같이 자다가 실수한 적이있다. 그래서 깊이 잠든 동생을 내 자리로 슬쩍 밀어놓고 난 옷을 갈아입고 동생 자리에서 잤다. 물론 동생이 누명을 쓰고 억울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고 크게 야단을 맞은 기억은 없다. "자기전에 오줌 누고 자야지, 왜 그랬니?" 라는 잔소리를 듣는 정도였다.
이 그림책 속의 방실이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로 보인다. 그 나이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엄마를 먼저 찾는 나이가 아닐까? 엄마에게 못 할 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혼자 어떻게 수습하려고 애써보는 나이이다. 얼마전 우리 막내가 오줌을 싼 적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줌싼 이불 위에다 방석으로 덮어놔서 방석까지 다 젖게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란 혼자 해결하려다 일을 더 만들어 놓곤하는 것이다.
오줌을 싸 놓고 도망가는 방실이의 심리는 참 잘 표현 되었다. 고민하는 방실이의 잔뜩 찌푸린 얼굴, 일그러져 돌아가는 시계. 영아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다들 오줌싸개라고 놀리는 둣이 느끼는 마음. 등등...
특히 돋보이는 것은 그림이다.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의 보라빛, 방실이의 표정이며, 감정들이 그림만 보아도 다 느껴진다.
단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좀 매끄럽지 못하다. 아이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도 모르도록 엄마와 방실이만의 비밀로 해결해 줘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아침을 먹자고 영아네로 방실이를 데리러 온 엄마에게 방실이가 오줌싼 일을 얘기하고 엄마는 오줌싼 일은 실수이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며 엄마도 어린시절 그런적이있다고...그런 후 책에서 처럼 해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랬만에 참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는 느낌이다. 계절별로 그림책이 나올 예정이라니 다음 책도 기대된다. 특히 그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