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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 할머니가 해 주시는 옛이야기는 책이 드물었던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어릴적 할머니랑 같은 방을 썼던 나는 할머니와 이야기에 대한 추억이 많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된 사랑이야기를 할머니께서 해주신 건 아니다.
우리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는 대부분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고전, 사랑을 그리다] 읽게 된 것도 40년도 전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심이 발동해서 였다.
그런데 나를 더 혹하게 했던 것은 이 책이 옛 이야기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랑이야기를 싫어하는 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상사동기][포의교집][일타홍]정도만 처음 알게된 이야기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5~6년 전에 읽은 조혜란 선생님의 [옛 소설에 빠지다]와 그보다 좀더 오래전에 읽은 [금오신화],[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등에서 미리 보았다.
그때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책에서는 본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고 그 이야기에 대한 작가나름의 평을 많이 덧붙여서,
훨씬 풍성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옛 소설에 빠지다]에서 <掃雪>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옥소선전>은 [고전, 사랑을 그리다]에서는 참 아름다운 사랑으로 소개 되었다.
사실<掃雪>로 읽었을때는 크게 감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생각나서 다시 들추어보니 훨씬 세밀하게 소개 되어있었다. 그런데 단편소설 한편 읽듯이 그냥 휘리릭 읽고 넘어갔나보다. 그러니 이야기 내용은 기억나는데 크게 각인되어 있지는 않았다. <掃雪>이라는 제목부터 남다르다는 것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눈을 쓴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 제목은 도령이 옥소선이 너무 보고 싶어서 천리길을 달려와 옥서선이 지내고 있는 처소앞의 마당에 싸인 눈을 쓸며 그녀를 만날 기회를 엿보는 장면이다. 제목부터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최척전은 다시 봐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란만장한 장애를 다 극복하고 최척과 옥영의 만남이 이어져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고전 사랑을 그리다]를 읽게 되어 얻은 수확이라면 역시 <포의교집>이란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이었다.
궁녀출신 유뷰녀 초옥이 이생이라는 유뷰남을 사랑하는 이야기다. 시쳇말로 불륜이다. 그 시대에 유부녀가 간통을 저지르고도 당당히 맞서니 요즘 여성들보다 더 줏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성인이 되어서 옛이야기를 읽고 난 후 이야기가 참 졸렬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많았는데, 작가의 평을 곁들여 이야기 이면을 보니 훨씬 재미있고 풍성한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