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
제프 다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이틀동안 강원도 원주와 평창 대관령을 다녀왔다. 날씨가 흐려서 출발할때 혹시나 비가 올까봐 우산을 챙겨서 차에 올랐다. 대구를 지나 안동에 접어들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대구로 곧장난 새도로 달려서 그런지 원주까지 3시간 정도 걸렸을 것이다. 중도에 치악휴게소에 들러서 이른 점심을 먹지 않았다면. 치악휴게소의 음식들은 정말 뜨내기들이 먹을 음식이니 맛있게 잘 만들 필요가 없다고 소리치는 듯했다. 다먹기도 전에 배가 불렀고 반쯤 먹었을때는 참 맛이 없다는 걸 새삼 각인 시켜주었다. 25인승 미니 버스의 중간 쯤에 자리를 잡았지만 참 불편했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아서 책을 꺼내 들었다. 바로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였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라니 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책 소개 글 때문이었다. 알랭드 보통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 처음부터 이 책은 나를 사로 잡았다. 뭐라해야하나 몇장을 넘기기도 전에 "응? 이 작가 참 엉뚱한데?"로 출발했다가 책장을 넘길때마다 "알랭드보통이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할 수 밖에 없겠네."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은 정말 최근 내가 읽은 어떤 책보다 나를 사로잡았다. 30년전에 니코스 카잔 차키스가 한번 그랬고, 이번에는 제프 다이어가 그랬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고 정말 자유롭게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읽으면서 이 책이 기행문인가? 소설인가? 자서전인가? 철학서적인가? 여러가지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자유롭게 사귀고, 때론 사랑하고, 때론 방황하고,때론 방탕하다가 우울하기도 한 참 다양한 감정으로 읽을 수 있는 수작이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암스테르담의 오블리비언 호텔과 인도네시아의 우붓이었다. 호텔 오블리비언 에서는 마약에 취해서 오블리비언을 찾아헤메던 상황이었다. 내 느낌은 마치 노자나 장자를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내 의견에 반대할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그랬다.

 이런 장면이 있었다. 작가는 새로 산 바지를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나왔다. 그런데 약에 취해서 바지를 뒤집어 입은채였다.그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뒤집어 입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뒤집어 입었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그게 정상이라고 말한다. 자기 스스로가 뒤집혀버렸기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완벽히 정확한 분석이라고 우긴다. 말하자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은 것같지만 내가 그렇게 입기로 결정했다면 뒤집히지 않았다는 발상도 가능한게 아닐까?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우붓을 여행하면서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전망좋다라는 말에 관한 것이었다. 그 대화를 곱씹어보면서 내머리속에 언뜻 떠오른 생각은 마치 조선시대의 湖洛론을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성과 물성은 같은가?아니면 다른가? 호론에서는 다르다이고 낙론에서는 아니다 같다라고 서로 싸운다.

 물론 나의 논리는 비약이 좀 심하기는 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아무튼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은 그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하며 자유로이 책을 읽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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