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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ㅣ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평점 :
[젊은 베르터의 고뇌]라는 책을 보고 괴테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새롭게 소개 되는 줄 알고 얼른 선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35년전 쯤 읽은 책이었다. 그시절의 감동이 다시 올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 작품의 베르터는 괴테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베르터의 직업도 그렇고 형제도 없이 어머니와 살고 있다는 설정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유복한 환경도 그렇고 작품 속에서 괴테의 주변을 많이 엿볼 수 있다. 심지어 무도회에서 만나게 된 샤를로테 부프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사람이라 결국 포기하게 된다. 그도 이 소설이 그 일이 모티브가 된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괴테는 모든 문학은 작가의 경험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기까지 한다. 그 말은 나도 많이 공감한다. 자신이 전혀 조금의 경험도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란 엄청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이 들어가게 마련이니 영 다른 경험의 이야기라고 말하기는 곤란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소녀시절 내가 읽었을때의 감동은 주지 않았다. 세파에 찌들어 살아온지 30년을 넘어버린 장년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아줌마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다는게 어불성설일 것이다. 지금은 작품 속의 베르터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지지할 수는 없는 세월이 흘러버렸으니까. 맹목적으로 로테를 사랑하고 , 로테가 결혼해서 남의 아내가 된 후에도 단념이 안 되는 것까지도 ‘그래 젊었을 땐 그럴 수도 있지. 단념이 안 되는 나이지.’ 라는 시각으로 보아졌다. 그만큼 내가 늙어버린 것이다.그리고 베르터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을때는 정말 무모하고 무가치하고 이기적이다는 느낌만 남았다.
그가 동양에 태어났다면 절대 저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身體髮膚는 受之父母니 不敢毁傷이 孝之始也라고 배웠을 것 아닌가.
감히 부모앞에 생을 마감하는 불효막심한 선택을 하다니!
베르터는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자신의 사랑을 망친 건 아닐까? 소유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닐 텐데 말이다.
키에르 케고르는 약혼녀와 파혼하면서 결혼이라는 굴레로 그들의 사랑을 망치는 걸 원치않는다고 했다. 그런 사랑도 있는데 말이다.
50대 아줌마가 되어서 읽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다소 실망스런 청년 베르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