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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두렵다 - 소년과 학교, 진실을 둘러싼 그들의 싸움 ㅣ 북멘토 가치동화 10
곽옥미 지음, 신경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나는 사람이 두렵다]를 읽고 나서 화가 났다.
‘무슨 동화를 이따위로 썼나?’ 라며 작가를 욕했다.
이 글은 소설이 아니다.
동화라는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읽힐 목적으로 쓴 글이다.
그런데 이렇게 마무리를 짓다니 정말 화가 났다.
처음 읽기 시작할 무렵 참 신선한 소재로 어쩌면 남자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잘 다루어 주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글을 진행시켜 갈수록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결론은 정의가 살아있고 아이 성추행을 당한 아이가 상처를 치유하는 방향으로 끝낼 줄 알았다.
그런데 마무리까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새드엔딩을 했다는 점에서 기분이 정말 나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모든 동화가 해피엔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10년전에 쓰여진 거라면 그래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아동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엄청 개선된 지금의 입장에서 이 동화는 시대 착오적인 전개와 엔딩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학부모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자기자식을 성추행한 교사를 위해 연대한단 말인가?
그리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뿐아니라 유치원에서부터 성교육을 받아오고 있는데 왜 그런 교사를 위해 거짓 변론을 한는말인가!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고 가려고?
문제를 부각시키려고?
그래도 그렇지 무리수를 둔 것이 너무 과했다.
아이가 5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되도록 만들어버리다니!
나도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고 공감한다.
성폭력이나 성범죄가 여자아이들이나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만 써야 했을까?
이 이야기대로라면 준우네 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은 준우와 은진이네를 빼면 모두 제 정신이 아닌 것이다.
몇몇 사람들을 빼고 나면 온 세상이 자식을 올바로 사랑할 줄도 모르고,
왜곡되게 세상을 보고 불의와 타협하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 아닌가?
동화를 이렇게 써도 될까?
적어도 마무리 지을 때는 준우가 세상의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사람으로 하지는 못할망정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평범히 살아가도록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정말 너무 했다.
정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마무리 지으면 어린 독자들이 어쩌라는 건가?
동화를 읽고 이렇게 씁쓸한 기분이기는 처음이다.
이 점이 작가가 의도한 바라면 제대로 성공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절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생쯤 된 아이들에게 읽히고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할 때나 거론해 봄 직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