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칼라마리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즈 켄트 지음, 강윤정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입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원하던 시기에 원하던 아기를 낳았던 나는 입양이라는 문제는 남의 일이었다.

 내 주위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내 놓고 입양을 한 경우도 없었고 입양아로 자라는 아이를 만난 적도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자식을 낳지 못하면 가까운 친척집에서 입양을 했다.

형이 아이가 없으면 동생의 아이중 장남이 형의 집으로 입양되어 길러지는 건 당연시 되었다.

가문이나 족보를 소중히 하는 민족성 때문에 타성에서 입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현대로 접어들면서 형제의 아이를 입양하는 일조차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둘만낳아 잘기르자,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고 캠페인을 벌여가면 인구 억제정책을 폈다.

그러니 한 둘 밖에 없는 자식을 양자로 보낼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핏줄을 소중히 하다보니 성이 다르면 남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입양을 꺼리게 되고 입양을 하더라도 숨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해외 입양이 세계에서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김치와 칼라마리]에 나오는 조셉은 미국의 이턀리아 이민자 집안으로 입양된 아이다.

한국의 부산에서 태어나 이틀만에 경찰서 앞에 버려진 아기였다. 조셉은 좋은 부모를 만나 14살인 지금까지 엄청 잘 자랐다.

학교에서 우등생이고 유머러스한 성격에 교우관계도 좋고, 무엇보다 성실하다. 하루한번 미용사인 엄마를 대신해 세탁해야할 수건을 세탁소에 배달하고, 엄마아빠가 바쁠때는 어린 쌍둥이 여동생을 돌보기도 하고 학교숙제 같은 것은 비교적 미리미리 해 두는 편이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겪는다는 중2병이나 질풍노도의 사춘기와는 거리가 먼 아주 모범적인 아이다. 

그런데 그렇게 착하게 잘 자라고 있는 조셉에게 닥친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아오는 것이다. 입양된 조셉으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자신의 뿌리를 어디에다 알아본단 말인가! 조셉은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지만 부모님도 조셉의 출생에 대해선 별로 아닌 게 없다.

사진을 보면 볼수록 난 글짓기 숙제가 더 걱정스러웠다. 엄마 아빠는 나를 큰아들로 치켜세우거 대우해 주었다ㅏ. 이탈이아 사람들이 늘 그렇듯. 그리고 나도 전혀 그런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거울 앞에만 서면 비밀이 사라진다. 침대 밖으로 뛰쳐나와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가 누구를 닮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의아해 하며 보낸 아침을 헤아릴 수 있을까-p44~45


조셉이 자신의 심정을 정말 잘 표현한 글이다. 가족과 다른 모습을 한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생각했겠는가.

그리고 조셉은 숙제를 하기위해 한국에대해서 알아보다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을 알게된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손기정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진짜 손기정의 손자로 둔갑시켜 숙제를 하고 하필 그 작문 숙제가 최우수로 뾥히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조셉이 부모와 담당교사에게 털어놓고 다신 솔직한 글짓기 숙제를 다시하는 것으로 마루리 되기는 하지만 조셉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나 한국 위인 중 괜찮은 인물이 자신의 뿌리였으면 하는 심정이 백분 이해가 가는 글이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조셉처럼 좋은 가정을 만나 잘자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봤다.  

이 책을 통해서 해외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 참 가슴아프다. 

이책은 입양 문제를 떠나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는 아이의 글로 보아도 괜찮은 글이었다.

한국의 중학생들이 조셉처럼 순하게 사춘기를 보내준다면 참 고맙겠다.  

아니면 조셉은 아직 지랄총량을 소비할  시기가 되지 않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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