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구 할매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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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 작가의 글은 [매구할매]가 처음이었다. 책 소개글에서 말했듯이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펼쳐서 독자들을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작가였다. 무거운 주제를 [매구할매]라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을 만들어 재미있게 잘도 써 주었다. [매구할매]는 400년이나 된 계성재에 예전에 살았고 지금 살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400년 동안 지켜지고 이어져온 종가 계성재가 현대에 접어들어 빠르게 쇠락해가는 모습이 가슴아팠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인간이 너무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변하면서 정말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다.

우리 시집은 종가는 아니지만 4대를 독자로 내려오다보니 제사가 많았다. 시집 올 당시에 시할머니 연세가 여든이었는데 아흔 다섯에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아버님께서는 기제사를 4개로 줄였다. 고조할머니 할아버지를 하루에 지내고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를 하루에 지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었으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제사는 그대로 지내지만 시아버님 내외분이 돌아가시면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를 합치고  고조할아버지 내외분 제사를 시사로 올리라고 하셨다. 거기다가 작년엔 선산에 있는 산소들을 한곳으로 모아서 평장을 했다. 산소들이 산 꼭대기부터 중턱에 이르기까지 흩어져 있어서 벌초하기도 힘들었을 뿐아니라 멧돼지들이 여러번 산소를 파헤쳐서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우리집안은 몇대를 독자로 내려오다보니 아버님과 남편이 뜻을 모으면 산소 이장이 쉽게 결정나서 윤달에 했지만 자손이 많은 집안은 산소 이장을 마을대로 할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매구할매]를 읽는 내내 종가를 지켜내기가 참으로 어려워 보였다. 소설에서도 말하지만 종가를 지켜내는 건 종손이 아니라 종부의 몫이었다. 종부로 들어온 사람에게 지워지는 짐이 여간한 무게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많이 배우고 똑똑한 현대의 종부는 결혼 당시에는 종가의 며느리로 살겠다고 하고 왔지만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온갖 핑계로 제사나 명절에 아예 시댁에 발걸음을 끊어버리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이혼을 시킬 수도 없고, 며느리는 더 당당하다. 교회가는 며느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것 같으면 이혼하겠다고 나선다. 부모가 나서서 손자 낳고 사는 자식을 이혼 시킬 수도 없으니 종가가 이어져 가기가 어렵기 짝이 없다. 업친데 덮친다고 칠순의 종부는 치매에 걸리고 말았다. 지금은 칠순의 종손이 계성재를 지키고 있지만 자신의 사후에는 자손들이 나서서 재산 분할을 해 다 팔아치울거라고 예상한다.

[매구할매]를 읽는 내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다. 바로 나의 이야기였다. 글로벌 세상이 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그리고 조상을 섬기고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사는 미풍양속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기가 마음 아프다. 결국 대한민국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송은일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재미있는 [매구할매]를 읽고 한주일 내내 행복했다.

 

아쉬운 오타  P260 -8째줄 은현은 천에게...- 은현이 아니라 혜국이라해야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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