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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는 제목부터가 당돌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프롤로그 부분이라고 할수 있는 부분을 읽어 나갈 때는
문창과를 나와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새내기작가의 언어 유희에 독특하다고 생각해서 뽑아준 작품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작가 나름의 철학과 요즘 세태를 잘 버무려서 담아낸 수작이라는 걸 알아챘다.
이 소설에서는 애완고양이를 기르는 것으로 모티브를 잡아서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을 직설한다.
"취향이란 무엇일까요? 이 시대에 취향이란 자신을 드러내는 지표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에 매혹되어 있는지는 우리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작용한다면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뿐일까요? 우리는 그 뒤에서 일종의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p325
그렇다.
애완고양이를 키우고 싶으면 자신의 형편에 맞고 마음에 드는 놈을 분양해와서 아껴주고 잘 돌보면서 교감을 나누면 된다.
그런데 꼭 저소득층사람들의 몇달치 월급에 맞먹는 비싼 놈을 고집하는가 하면
혈통을 따지거나 계보를 따지기까지하면서 취향을 과시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취향이 독특함을 내새우기위해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고 자신들을 고양이 아가씨, 도련님들의 시종이라고 자칭한다. 버틀러라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그랬던 것 같다.
처음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를 정할때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되는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바둑 동아리에 가입했다.
특별히 바둑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다. 보통의 여학생들이 잘 하지 않는 놀이였기때문이었고 눈에 띄고 싶었서였다.
'쟤는 다른 여학생들이란 다 르네'라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싶었고 작전은 성공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과시욕을 엉뚱한 방향으로 풀어내어
꼭 상대를 기죽이거나 소외시키려고하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은 애완동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람들은 시류나 유행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같다.
작가가 꼬집고 싶은 것이 이것일 것이다. 취향을 가장한 차별또는 계급의식말이다.
여자들이 자신의 수입의 몇배를 넘는 가방이나 악세사리를 사거나 남자들이 어떤차를 타느냐로 등급을 매긴다.
입에도 맞지 않으면서도 촌스럽다고 할까봐 블랙커피를 마시거나 어떤 특정 음악을 강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에 대해 꼬집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노블레스한 버틀러가 되어달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