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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271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년 3월
평점 :
최근 우리 사회에는 재벌기업에서 골목 상권을 파고들어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재래시장에서 소매점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에게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것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는 크나큰 사건이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기호3번 안석뽕]에서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정말 잘 다루어준 걸작이었다.
아이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까지 다루지도 않았고, 아이들답게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나섰다.
물론 아이들이 대형마트를 상대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어른들이 하는대로 강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것은 어쩐지 깨름칙하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
<기호3번 안석뽕>은 전교회장 선거에서 우연히 후보가 되어 선거전을 치르게 된 안석진은
부자 동네 아이들도 아닐 뿐더러 부모가 생업에 바빠서 아이들의 학교에와서 임원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처지이다. 석진이의 부모님은 오히려 전교회장이 되는 걸 더 부담스러워할 정도다.
그런데 같은 시장에서 가게를 하는 아이들이 똘똘 뭉쳐 전교회장 후보도 내고 선거전을 독특한 방법으로 치른다.
마을에 들어서게 된 대형마트와도 당당히 맞서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생계를 위협을 받은 재래시장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극받아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나서게 되는 결말도 뿌듯하다.
어른들이 안석봉과 그 무리들에게서 큰 힘을 얻었을 것 같다.
<기호3번 안석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좋은 점은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글이 주는 웃음과 재치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답게 친구에게 붙여준 별명이라던가 선거전에서 아이들에게 확실이 어필이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밴트까지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 폭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백발마녀 백보리가 마트의 화장실을 다녀와서 우는 모습에서 정말 감동을 받았다.
석진이가 보리에게 왜 우냐고 묻자 보리는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서 운다고 한다.
보리는 마트의 화장실이 그렇게 깨끗하고 좋은데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오겠냐는 의미를 그 한마디에 담아서 표현해놓았다.
자신들이 봐도 이건 게임이 안되는 것이다.
이미 누가 패자인지 답이 나와 있는 가운데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정말 마음이 짠했다.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써 준 좋은 생활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