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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평점 :
누구나 거짓말을 하며 산다. 쉰줄에 다가선 나도 거짓말을 수도 없이 해 봤다. 물론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힘들게 했던 기억은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했던 거짓말들은 다 나를 변호하거나 합리화하거나 어떤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둘러댔던 가벼운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꼈느냐하면 전혀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는 잘못하는 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한 거짓말도 많았다. 내 인생이 그리 힘들게 살아오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빌랄은 어떤가! 빌랄은 여덟살에 어머니를 여위고 아버지와 형이랑 살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암으로 얼마 살지 못할거라고 한다. 빌랄의 아버지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종교문제로 나눠지는 걸 너무나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다. 빌랄은 그런 아버지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모든 나쁜 소식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지않는다고 말한다. 빌랄은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빌랄이 하는 거짓말대로 조국이 분리되지않고 평화가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빌랄의 거짓말은 아름답고 가슴아프고 성스럽기까지하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기위해서 어린 빌랄이 해 줄 수있는 최선인 것이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것은 결정나 버렸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도는 나눠지고 만다.
아직도 세상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곳이 많다. 종교가 같아도 파벌이 다르다고 서로 죽이는 곳도 있다. 옛 유고 연방에선 기독교가 이슬람 이웃을 무참히 난도질했고, 이슬람을 믿는 신자들끼리도 수니파니 시아파니 하면서 또 분쟁이 있다. 종교가 뭐길래!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살면 안될까? 얼마전 친한 선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갔다. 그 선배는 육남매라고 했다. 그런데 형제들끼리 종교가 다 달랐다. 그래서 빈소에는 문상객들의 종교에따라 예의를 표할 수 있도록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 기독교인을 위해서는 국화 꽃이 준비되어있었다. 종교가 다 달라도 전혀 문제 될게 없었다. 고인이 무슨종교였는지는 모르지만 철저히 상주위주로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는 했다. 그래도 종교문제로 다투는 것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종교가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피부색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념이 다르다고 갈라져 있다. 정말 가슴아프다. 통치자의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조국이 두 나라도 갈라져 있다. 이것은 종교가 다른 것보다 더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 최선의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자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좀더 복잡한 주변국과 강대국사이의 틈바구니에서 반 강제적으로 나눠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정말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