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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논어 - 공자, 여자 인생에 답하다
유키 아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아이콘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동양 고전에 심취하기 시작한지 20년이 다되어간다. 처음엔 가벼운 책부터 시작했다.
어려서 배웠던 [사자소학]이 기본이었던 것같다. 그리고 [추구], 그리고 [명심보감][소학]으로 옮겨갔다.
[논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올 해 들어 처음이었다. 지금 옹야편을 다 끝냈다.
그러니 아직 반도 못 훑은 것이다.
예전에 배병삼 선생님의[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도올 김용옥 교수의 [논어]는 1권을 읽고 2권은 끝까지 읽지 못했다.
주희가 주를 달은 논어 집주를 읽으면서 도올 선생의 [논어]도 같이 뒤직여 보고 있다.
요즘 일주일에 한번 [논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리를 하고 있다.
공자 시대의 가치로서의 말씀들과 현대에 와서 읽히는 [논어]를 같이 이야기 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내용의 시대적 배경이나 관계까지도 다루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두시간 가까이의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이다.
물론 가진 지식이 없으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나로서는 다른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거나
가끔 나름의 느낌을 솔직히 이야기 하는 정도다.
그런데 [여자를 위한 논어]라니 !
공자가 여자 인생에 답했다니!
잔뜩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도대체 공자가 여자의 인생에 뭐라고 답했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데!
멋진 남성을 다가오게 하려면- 動容貌 斯遠暴慢矣(행동거지는 난폭하거나 거만함을 멀리하여야 한다.) - 태백편 -p21
後生可畏(젊은사람들은 두려워할만 하다)-p130
이런식이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논어 해설집도 아니고 여자를 위해서 공자가 겨우 이렇게 가볍게 답했단 말인가!
설마 여성을 우습게 본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가볍게 해 놔야 읽을 수 있다고 생각 했을까?
설마?
절대 그런 상상은 하고 싶지 않다.
요즘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노자의 도덕경을 공부하는 모임이라던가 들뢰즈를 함께 읽는 모임이라든가.
아니면 꽤 괜찮은 고전 읽기 동아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모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 책을 낸 작가나 출판사는 어떤 의도로 이 책을 냈을까?
이 책의 작가인 유키 아코씨는 [논어]가 자신에게 전해 준 수 많은 가르침과 은혜를 인연이 닿는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생각에 붓을 들었다고 했다.
이 책은 가볍게 [논어]를 겉핥기 하기에는 딱 맞다. 하지만 논어가 전하는 많은 가르침과 은혜를 나누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책이다.
책 제목을 [여자를 위한 논어]니, 공자가 여자 인생에 답했다느니 따위의 문구를 붙이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았겠다.
예를 들자면 어린이에게 [논어]맛보이기 라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논어]와 만나기 라고 했다면 용서가 된다.
그런데 여자라는 문구를 인용한게 너무나 불쾌하다.
어쩐지 이책이 여성을 우롱한 느낌이랄까? 폄하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확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