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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 한 권으로 읽는 도덕경과 한비자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까지 하든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가 끝나고 나서 시간이 많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3월인데 벌써 20권이상의 책을 읽었다. 그것도 가벼운 책 말고 제법 무게있는 책으로 말이다.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도 그 중 하나다. 이책을 읽으면서 한문으로 쓰여진 글들은 옥편을 찾아가며 읽었고, 사기를 옆에 두고 인용된 고사들을 꼼꼼히 다시 읽었다. 예전에 사기를 읽어두어서 그런지 훨 이해가 잘 되었고 수박 겉핥기식이긴 하지만 한자를 공부해 두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읽는 진도는 느려도 내 나름의 재미와 소득이 있었던 책이었다. 예전에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읽을때는 참 진도가 안나갔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읽고 소화할 깊이를 갖추지 못하고 겉멋만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책은 한비자와 도덕경을 간추려 놓은면도 있지만 내용들이 머리에 속 박히면서 참 잘 읽혔다. 선거철이 다가오니까 앞으로 뽑게될 우리의 대표들의 인물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라고 이런책의 출간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한비의 통치 철학은 누구나 다 아는 법치이다. 오늘날 모든 국가는 법치국가이다. 바티칸도 교회법으로 다스려진다. 한비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법을 공평하게 시행하라는 것이다. 왕족이라고 특혜를 주고 평민이라고 과도한 법으로 다스리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가 사상을 채택한 진시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시황의 진나라는 겨우 20년도 안되어 농민 반란으로 망하고 말았다. 진승과 오광의 난은 법치가 낳은 폐단이 아닐까? 홍수로 강을 건너지 못해 기일안에 도착하지못하면 법을 어겨 죽임을 당하게 될것이니 봉기하자는 것이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갈때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권력이 황제 한사람에게 집중된 탓도 있겠지만 과도한 법시행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過猶不及인 것이다.
한비를 읽으면서 공정한 법도 중요하지만 통치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법이 있고 유능한 신하들이 많아도 군주가 시원찮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예가 유방과 항우다. 유방은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덕을 갖춘 지도자였기때문에 인재들을 잘 활용해서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고, 항우는 귀족출신인데도 오만 하여서 주변의 유능한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군왕의 자질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 역사이래 유능한 왕들을 보면 한결같이 엄청난 독서가였고 학구파였다. 진시황 또한 어린시절부터 학문하기를 좋아하는 영특한 인재였다. 말하자면 비록 진시황이 분서갱유를 했지만 그 사상이 뭔지를 모르고 그냥 분서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강력한 통치를 위해서 잡생각들을 없애버리자는 생각에 분서를 한 것이다. 물론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을 위해서는 강력한 뭔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종과 정조도 왕이기에 앞서 학자였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비자는 정치가에게 필요한 지침이 될 책인지는 모르지만 백성을 교화할 수 있는 이념이 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물론 범인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에 담을 구절들이 많지만 법,술, 세를 생각할때 양심이 따르기를 거부하는 내용도 있었다.
반면 노자편을 읽을때는 정말 한구절 한구절이 다 마음에 들었다. 예화로 소개된 고사들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도덕경]은 될 수 있어도 [한비경]이 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있었다고 여겨진다.
암튼 이책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다시 한문을 공부하자는 열의를 가지게 해주어서 진심으로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