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것은 대학 초년생일 때였다.

대입을 위해 치달아 왔던 지식공부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고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 있을 때이기도 했다. 

그 시절 나는 키에르 케고르를 지나고 니이체를 지나고 헤르만 헤세를 지나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났다.

그시절 [그리스인 조르바]의 두목처럼 욕망을 억누르고 이성의 목소리에 따르는 것이 지성인의 삶이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미덕인줄 알았다.

그런데 조르바라는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자유인 조르바의 살냄새 물씬 나는 삶은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나의 사고를 만드는데 한 획을 그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늘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독서 목록의 제일 위에 이책을 올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 받았던 대목이라면 조르바가 젊은 시절 조국을 위한답시고 불가리아인, 터키인들을 무참히 죽였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내게는 저건, 터키놈, 저건 불가리아놈,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한답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사람의 목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요새 와서는 좋은사람 나쁜사람 이런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어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사람이든 나쁜사람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면서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또 하나의 불쌍한 것이 있구나, 이 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판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라고 하는 곳이다. 

 자유인 조르바의 철학이 이 대사 속에 집약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2012년 새해에[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만났다.

근30년만의 해후였다. 그시절의 그 감동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아니나 다를까 감동은 없었다. 흥분도 없었다.

감동하기엔 너무 늙어버렸고, 세상에 물들어버린것이다.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평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고나 할까.

이 소설이 쓰여졌던 당시의 그리스의 국내 상황이나 그리스인의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볼때 정말 잘 된 작품이지만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패미니스트들에게 남성 우월주의자라며 욕을 먹었을 지도 모르고 ,지나친 여성비하로 책의 출판이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없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전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영혼의 자서전]을 감동적으로 읽었던 생각이 살아났다. 내친김에 그 책도 찾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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