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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 제2판
원경 지음 / 도반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처럼[그대, 꽃처럼]이란 시집을 읽고 시심을 품은 행복한 겨울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두편씩 동시를 읽고 있다. 그러나 생활에서 시를 멀리한 세월이 참 오래다. 동시를 읽는 것도 글쓰기 모임에서 수업의 시작을 시 두편을 감상하면서 열기 때문에 거의 강제된 시읽기이다. 스스로 마음을 내어 시집을 펴 보기는 정말 오래다. 더구나 유명한 시인의 시도 아니니 ...오늘 가족들과 집에서 가까운 오봉산을 다녀왔다. 산을 오르는 초입에 정안사라는 작은 절이 있어서 하산하는 길에 경내를 돌아보고 왔다. 연세가 지긋하신 노스님만이 절을 지키고 계셨다. 제법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낯빛은 참 해맑아 보였다. 고요한 산사에서 수행정진에 힘써오신 연륜이 느껴졌다. 산속에 있는 작은 절 그 자체로서 시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 꽃처럼]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시와 잘 어우러진 그림은 시화전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원경스님의 맑은 심성과 단아한 모습은 시에서 느껴지는 평안함과 닮아있었다. 산속 암자에서의 생활은 별 다른 노력없이도 그냥 수행이 되어왔던 것일까? 나는 절집에 살아본적도 없고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산에 가면 절에 들러게 된다. 그리고 마음이 평화롭다. 시에 나오는 심곡암에서는 꽃피는 봄, 녹음이 우거진 여름,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이 산사의 고요에 작은 향연을 열어 평화로운 무릉도원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계절따라 열리는 산사 음악회라니!! '시도 음악이다'라는 말이생각난다. 시의 운율은 바로 음악인 것이다. 언어로 만든 음악과 소리로 만든 음악의 조화로움... 산사음악회는 회를 거듭할 수록 관객의 발길이 잦아질것 같다. 나도 서울에 살거나 가까이만 살았어도 심곡암 산사 음악회에 꼭 가 보고 싶다.
시집 끝자락의 산문 중 취봉 스님 이야기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애송하던 시 한편이 생각났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중 일부분이다. 취봉스님의 삶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생을 가볍고 깨끗하게 마무리 하시는 모습에서 이 시 자체라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
나는 요즘 노환으로 입원해 계신 친정어머니 때문에 병원에 늘 간다. 그곳에서 삶의 끝자락에서 생에 연연하는 노인들을 많이 본다. 재산을 끝까지 움켜쥐고 자식들이 찾아오도록 만든는 추한 모습이나 생명을 연장하는 장치를 온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이생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노인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도 해 보았다. 저렇게는 늙지 말자. 그 마음이 끝까지 변치않도록 힘쓰야 할 것이다. 뒷모습이 아름답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