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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 대통령들의 경제교사, 최용식 소장의 경제학 혁명
최용식 지음 / 알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을 읽으면서 회의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경제학자들조차 세계경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니 말이다. 나도 나름대로 경제를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경제적으로 덕을 본 적은 없다. 한마디로 재테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학입학학력고사를 치고 나서 진로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오빠가 한마디 했다. “여자가 상대 나오면 취직은 보장된다. 상대가라” 나는 그 한마디에 바로 상대 회계학과에 지원했고 들컥 합격했다.
고등학교시절 상업이란 과목을 배운 적도 없고 회계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도 사실은 모르는 상태였다.
특별히 취미가 있거나 재능이 있는 분야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 가던 시절만 해도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분야는 한정되어 있었다. 여상을 나와서 은행이나 회사의 경리로 취직하던가, 공무원 공부를 하던가, 그도 아니면 사범대학을 가서 교사가 되던가. 나는 그때 사대를 가기에는 점수가 모자라는 그렇다고 이름만 따러 대학 갈 수는 없는 처지고 그래서 오빠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서 상대를 가게 되었다.
경제학이 무역이나 경영뿐 아니라 정치까지도 아울러 분석해야하는 과목이라면 회계학은 경영학을 좀더 세분화 시켜서 기업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 기업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의 변화를 측정하여 경영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 학문이다. 말하자면 기업 관리자의 입장이라기보다 실무자의 입장이라는 거다. 경제학이 거시적 입장에서 경제를 본다면 회계학은 가장 기초가 되는 실무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계열기초로서 경제학 원론이니 무역학 개론이니 미시졍제, 거시경제니 해서 포괄적인공부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된 학자들에 대해서도 대충 귀에 익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학자들이 무슨 내용을 주장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그중 케인즈에 대해서도 유효수요이론 즉 유효한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는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수요는 사람이 물건을 사고자 하는 욕구를 말하는데, 거기서 유효한 수요라고 하는 것은 효과가 있는 수요라는 뜻이다. 어떤 물건이 있는데, 내가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돈이 그 물건을 사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면 그 물건을 사고자 하는 욕구는 아무 효과가 없는 수요이다.
그리고 대학을 나오고 반백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경제의 흐름이나 세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살았다.
이번에 읽게 된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은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하고 무관심하기만 했던 경제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많이 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도 경제의 흐름을 예측하고 실제로 응용하라는 것 같다. 책의 내용은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별 어려움이 없도록 잘 썼다는 생각이다. 특히 통화이론과 경제병리학 쪽은 예를 들어준 내용들과 함께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그런데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내용이 너무 산만해진 것으로 느껴졌다. 특히 첫 200페이지 가량을 읽을 때까지는 내용이 늘어져 읽기가 싫어졌다. 그러다 통화이론이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부분부터 재미있어지면서 탄력을 받아 줄줄 잘 읽혔다. 작가는 미래경제학으로 경제학이 예측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특히 우리나라같이 정치적 변수가 너무 많은 나라에서는 정확한 예측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작가 자신도 다섯번 중에 세번만 맞춰도 잘 한거라고 하지만 나머지 두 번이 치명적 이라면 세 번의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상깊은 구절
경제학자 중에서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으로 유명한 이는 리카도와 케인스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리카도는 원래 증권 브로커 출신이므로 경제학자로서 주식투자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케인스 역시 거의 전 재산을 잃을 정도로 큰 실패를 세번이나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