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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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을 읽고 온 몸이 찝찝해서 바로 샤워하고 싶었다. 소설을 읽고 난 뒤 이렇게 기분이 나빴던 때가 있었을까? 아마도 썩 드문일이다. 마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를 마구잡이로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처음 시작에는 분명 겅산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따라갔다. 그런데 2장부터는 겅산우라는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쉬루화가 중심이 되어 끝까지 간다. 공간적으로도 쉬루화가 살고 있는 골목과 그녀의 방, 그리고 쉬루화의 방과 붙어 있는 겅산우의 집이 전부다.

꼭 정신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착란상태를 글로 풀었나 싶을 지경이었다. 너무나 기분이 더러워서 읽기 싫었지만 소설의 끝이 어떻게 되나 보려고 끝까지 읽었다.

겅산우, 쉬루화의 집은 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 있는 것 같다. 극단적으로 더러운 집이다. 먼지투성이 방안엔 침대 밑으로 쥐들이 돌아다니고, 나방, 모기, 귀뚜라미 등 온갖 곤충들이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어떤가? 겅산우의 아내 무란은 거울을 비추어 옆집을 염탐한다. 무란의 아버지도 이상하다. 항상 딸집에 와서 물건을 훔쳐간다. 쉬루화의 남편 라오꽝은 엄마의 미신을 따르는 마마보이다. 쉬루화는 방귀를 뀌고, 그녀의 엄마는 머리가 떡져서 몽땅 빠져버리고, 겅산우,쉬루화가 사는 동네의길바닥은 냄새가 고약한 꽃들이 질퍽거린다. 미치광이 같은 남자가 담벼락에 오줌을 싸고, 바지를 제대로 추스르지 않아서 아랫도리를 들어내며 뛰어다닌다. 아무튼 깨름칙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을 것 같고, 몸서리쳐지기까지 했다.

작가는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이 작가는 다음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까지 거론 되는 중국 작가라고 한다.

이 글을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인성이 잔인함과 추악함에 대한 극단적 상상"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살만 류슈디의 [한밤의 아이들]과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가 생각났다. [백년의 고독]보다는 [한밤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의식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에 비교하는 것 조차 그분들께 실례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 작품은 어떻게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오래된 뜬구름]의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고 있어서 누가 한 말인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도대체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찬쉐라는 작가에 대해 이해해 보려고 그녀를 소개한 글을 읽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 작품이 발표된 시기가 1986년이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에서 벗어난지 10년이 지난 때였다. 그녀의 부모님도 문화대혁명의 피해자이고 그녀는 부모가 노동 교화소로 끌려간 뒤 할머니 손에서 자랐으며, 그녀의 할머니는 '히스테릭하면서도 이야기를 잘하고, 한밤중에 귀신을 쫓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의 영향이 찬쉐의 문학세계에 고스란히 미쳤다고 본다는 것이다.

찬쉐의 할머니는 [오래된 뜬구름]의 쉬루화의 시어머니 즉, 라오꽝의 어머니의 모델이 된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옮긴이의 작품 해설을 읽고서야 조금 이해했다. 손택여사는 중국 최고의 작가가 찬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중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찬쉐일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찬쉐가 왜 대단한 작가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 능력과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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