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는 순전히 손원평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한 책이다. 역시 이름값을 톡톡히 해주었다.
처음 한 두페이지 읽고 나서 '요즘 많은 작가들이 소재로 쓰고 있는 메타버스 속의 가상현실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했다. 솔직히 여러 작가들이 앞다투어 쓰고 있으니 소재가 살짝 식상하다고 느꼈다. 이 소설에 대한 기대보단 실망이 앞섰다고나할까?
그런데 아니었다. 책을 계속 읽을수록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겪게될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 푹 빠져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젊음의 나라]는 앞으로 30년 후 쯤의 미래에 현실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아니 이미 일부는 현실이기도 한 이야기다.
"젊음의 나라"는 주인공 유나라가 자주 접속하는 메타버스 속의 가상의 섬 '시카모어 섬'을 일러 제목으로 붙인 것이다. 이 곳은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청년60%와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슈퍼 리치 시니어 30%로 구성되어 사람들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최고의 삶을 누리는 꿈의 섬이다.-p19
그렇다고 하니 젊은이들은 '시카모어 섬'에서 높은 임금을 받고 무상으로 제공되는 넓고 쾌적한 집에 살면서 노인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싶어한다. 한마디로 꿈의 직장이다.
우리의 주인공 유나라도 이 곳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다.
유나라는 "유카시엘"이라는 곳, 지금으로 말하자면 실버타운에서 일하게 된다. '유카시엘'은 '시카모어섬'으로 가는 경력이 되기때문에 이곳도 많은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유카시엘'은 정부의 보조금과 입주민이 내는 비용으로 운영된다. 소설속 미래의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유카시엘"과 정부의 합작으로 운영되고있다. 이곳은 유닛A에서F까지 단계별로 나누어 놓은 실버타운이다. 등급이 높을 수록 비용이 비싸고 서비스가 좋다. 단계가 떨어질수록 정부의 보조금만으로 운영되니 당연히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입주 노인들의 삶도 참혹하다. '유카시엘'에도 들어오지 못하는 노인은 노숙자와 같은 삶을 살다가 죽는다고 보면 된다. 유나라는 임시직 상담원 자격으로 취직된 것이다.
다 짐작하겠지만 다가올 미래의 우리나라는 완전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어있다. 그러니 거의 모든 산업들이 노인과 관계된 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매래의 산업은 노인을 위해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노소 갈등이 첨예하다. 거기다 정부는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를 극복하려고 특단의 조치로 별 규제없이 이민자들을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이민으로 유입된 인구와 AI로 대체되다보니 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계약직도 취업 경쟁이 살벌하다. 더구나 그들의 임금의 대부분은 복지를 위한 세금으로 빠져나가고 쥐꼬리 만큼 남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한다. 젊은이들의 불만은 자신들이 일해서 내는 세금의 많은 비중이 노인 복지에 쓰인다는 사실이 견딜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거기다가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서 법망을 최대한 이용하여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만큼만 일하는 무노동 부류까지 있으니 젊은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젊음의 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급변하는 AI 문제들을 다루는 소설이다. 정말 머지않아 닥칠 내 문제인 것만 같았다. 아니 당면한 나의 문제가 맞다. 나는 3남매를 낳았지만 내 자식들은 두명이 비혼주의다. 우리 사돈네도 남매 중 한명만 결혼했고, 나머지는 비혼주의라고 했다. 다행히도 한명이라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모든 자식이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낳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도 충분히 심각하다. 옆나라 일본이 그렇고, 우리도 바통을 이어받아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땅덩이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반쯤 줄어도 되지 않겠나 싶은 적도 있다. 스웨덴과 비교해보면 인구수는 거의 같은데 땅더이는 5배나 작다. 1인당 gdp도 훨씬 적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결혼해라. 아이를 낳아라.'고 무책임하게 강요할 수도 없다.
아무튼 이 소설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젊음의 나라]를 읽고 암울했던 생각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고마운 소설이었다.
지인들과 [젊음의 나라]를 같이 읽고 토론하자고 제안할 작정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