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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ㅣ 특서 청소년문학 4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참 좋은 소설을 읽었다. 굳이 구분 짓는다면 청소년소설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실 청소년 소설이니, 소년 소설이니 하고 나누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이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의 연령 층이 청소년이고,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소설이니까 청소년소설이다' 라고 단정지어버린 나의 편견이 만든 틀이다. 이 소설은 전 세대가 모두 읽어도 좋을 소설이었다.
내용을 대충 간추리면 이렇다.
고등학생 선미는 어머니가 말기암을 앓고 있다. 그리고 중학생 자영이는 왕따를 당하고 있고, 또다른 중학생 이수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매우 폭력적이고 성격이 심하게 모나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 강민이만 모든 면에서 나무랄데가 없어 보이는 멋진 고등학생이다. 이 네명이 처음 보는 할머니가 준 하얀 운동화를 신게 되고, 과거나 미래, 현재를 선택할 수 있는 신비로운 집에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택된 아이들은 그 해 12월31일까지 자신들이 가진 문제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조언하고 도와주면서 가까워진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 또는 현재를 선택하게 된다.
나는 [시간을 건너는 집]이라는 제목을 보고 특별한 마법이나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타임 슬립 영화나 타임리스 영화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어떤 힘이 존재해서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책을 읽었다.
물론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도 분명 마법 같은 힘이 작용한다. 하지만 그 마법 같은 힘이 사건을 직접 해결하도록 관여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갈등하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관계의 장을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문제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만도 한데, 이 특별한 공간에서는 그렇지않았다. 서로 조언하고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애쓴다.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라서 더 공감할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정하연 작가님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말을 열어두었으면 어땠을까하고 살짝 아수웠다. 하지만 네명의 아이들이 선택한 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 것도 나쁘지 않았다.
청소년 시절엔 정말 많이 불안하고, 일어나는 일들이 엄청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나고보면 그 시절만큼 빛나는 때가 과연 있었을까 싶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이 가장 좋은 시절을 많이 생각하고 깊게 고민해서 멋진 청년이 자라기를 바란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많은 청소년들이 [시간을 건너는 집]을 읽고 스스로의 고민을 슬기롭게 이겨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