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풍경 컬러링북]을 보고 그림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마을과 집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림으로 그린다면 우리집 한채가 아니라 마을 전체를 그려야할 것 같다.
우리집은 디귿 자 모양의 집이었다. 안채를 중심으로 오른 쪽에는 외양간과 돼지 우리가 있었고, 왼쪽에 사랑채가 있었다. 외양간 옆의 커다란 감나무, 마당 끝 화단에 있던 개암나무도 생각난다. 어린 마음에 마루와 마당이 엄청 넓고 컸다. 내가 여섯살이 되었을때, 자식들을 도시에서 교육시켜야겠다는 아버지의 일념으로 이사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고향 마을 내가 태어난 집을 가 보았다. 우리집은 내 기억보다 훨씬 작았다. 넓은 대청도 아니었고, 방들도 왜 그리 작은지. 여섯살 기준으로 엄청 크고 넓었던 것이다.
내가 태어난 마을 이름이 배마을이다. 집집마다 배나무가 있었다. 아이 주먹만한 맛없고 작은 배가 열리는 돌배나무였다. 지금 생각하니 마을이름도 무척 정겹다. 봄이면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마을이었다. 하얀 배꽃, 백의민족, 돌아가실때까지 군자임을 내세우던 아버지.
[궁궐 풍경 컬러링북]에서 내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