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의 아이들]은 그냥 아무 정보도 없이 청소년 소설이라서 읽게 되었다. 남예은 작가님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다.
첫 이야기<나쁜 사랑>을 조금 읽기 시작 했을 때, '어 이작가 글맛이 참 좋네!' 였다. 다 읽고 나서는 무릎을 탁 쳤다. '아니 너무 좋잖아!' 였다. 그래서 남예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검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아직 책으로 출간 된 책은 [선 위의 아이들] 뿐인 것 같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예약해서라도 꼭 읽을 참이다!
<나쁜 사랑>은 로운이와 여자친구의 관계, 엄마와 아빠의 관계, 남한과 북한의 관계까지 절묘하게 대비시킨 수작이었다.
두번째 이야기<코르셋>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고생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상황도 너무나 힘든데 어척같은 엄마의 암 발병이라니!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 마음 졸이며 읽었다.
내가 앞설 차례다.-p70
이 한 문장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을 내가 개척할 거야. 운명아 비켜라.' 라고.
세번째 이야기<선위의 아이들>은 학폭의 가해자로 단순 가담하고 힘들어서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한 고등학생 인우와 부모가 일하러 나가 있는 동안 발을 긴 끈으로 묶여 지내는 여섯살 정운의 이야기다. 인우가 정운이를 구한 게 아니라 정운이가 인우를 살린 이야기로 읽혔다.
네번째 이야기 <지하철1호선>은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세상의 잣대로 보는 삶은 누추하고 힘들어 보여도 실상 당사자는 그 삶에서 참 행복을 느끼며 사랑받고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선 위의 아이들]은 짧은 네편의 이야기를 묶어서 만들었다. 네편 합쳐서 170p 정도다. 읽는데 2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두께였지만 깊은 감동이 가슴에 콕 박혔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청소년 시절을 생각했다. 벌써 40년이 훌쩍 지나버린 오래전 그 시절. 좋은 부모, 형제를 만난 나는 가족의 사랑 속에서 안전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학교 다니기도 힘들었지만, 공부만하면 되었으니까
내 아이들의 사춘기는 어땠을까? 지금 성인이 된 아들, 딸이 어떻게 추억할 지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었더라도 부모인 나는 자식들 편이었을 것이다.
[선 위의 아이들]을 꼭 선물하고 싶은 제자가 있다. 지금 고3인 그 아이는 작년에 학교를 자퇴하고 가출했다. 그 아이가 겪고 있는 청춘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제자의 앞으로의 선택이 아무쪼록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향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