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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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매우 좋아하게 된 작품은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었다.

영화 [~, 기적]은 여러번 다시 보았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개봉되는 쪽쪽 챙겨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개봉된 [괴물]은 꼭 보고 싶었지만 우리집 근처 영화관에서는 아쉽게도 상영하는 곳이 없었다.

어쨌던 다른 루트를 찾아서라도 꼭 볼 생각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영화를 먼저 보고 만화 원작 모두를 사보았다. 정말 내 취향이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영화를 먼저 보았다. 잔잔한 이야기 구성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해 주었던 멋진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책이 출간 되었다는 소식에 고레에다 감독을 믿고 신청했다.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책을 펼쳤다. 결국 밤을 꼴딱 세워서 다 읽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인줄 몰랐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책으로 다시 읽고 있는데도 정말 재미있었다. 오히려 영화보다 더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접할 수 있어서 확 빠져들었다.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글로 표현된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힘들다. 책에서만 가능한 부분이 분명이 있다. 진짜 글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뀌었다. 료타 가족과 유다이 가족은 아이가 태어난지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다가 아이가 뒤바뀐 것을 알게 된다.

스토리가 막장 삘이지만 절대 그런 내용이 아니다.

두 가족이 이 상황를 어떻게 해쳐나갈지 두 아이를 원래 부모에게 돌려보내려고 주말마다 집을 바꿔서 살아보게 한다. 료타는 두 아이 다 키우고 싶어한다. 솔직히 나라도 그럴 것 같다. 키운 정과 낳은 정 모두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료타가 유다이 가족에게 그런 마음을 피력했다가 혼쭐이 난다. 아이를 돈으로 흥정하려는 파렴치한 속물 취급을 당한다. 단순히 재력으로 보면 료타가 월등히 낫지만,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같이 놀아주고 친구같은 유다이가 훨씬 좋은 아버지다.

이 책을 다 읽고 우리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부모로써의 역할을 잘 했는지도 되돌아 보았다. 남편은 유다이 같은 아빠다. 아이들과 맘껏 놀아주고, 작당해서 인터넷 게임도 같이한다. 콜라나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이나 정크 음식을 즐기는 건 기본이다. 남편과 내가 가장 자주 갈등을 빚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집 3남매와 남편은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 남편은 전혀 꼰대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잘 크지 않았다. 부모말을 잘 듣지 않는다. 지멋대로고, 3류 대학을 다녔고, 한놈은 아예 대학을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줄은 아는 성인이되었다.

료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자식을 완벽하게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있겠나.

나도 료타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남편 덕분에 불완전 인간으로 인간계에서 즐겁게 살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모든 부모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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