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에 한 바닥씩만 한다. 성격상 글씨가 비뚤어지거나 흐트러지는 꼴을 견디지 못해서 아주 정갈하게 쓴다. 마치 복사 붙이기 한 것처럼! 그런 노력 덕분에 우리집에서 제일 명필이다.
[문해력을 높이는 중학 교육용 기초한자 900자]는 중학생에게 꼭 필요한 교육부 선정900자를 정리해 놓은 책이고, 하루 9자씩 100일 만에 900자를 다 익히는 효율적인 학습 프로 그램이며, 매 20일 마다 <20일 완성 평가>로 실력을 다지고, 사자성어로 문해력이 상승시킬 교재라고 책 표지에 밝히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끝까지 해내는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모든 공부는 좋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끈질기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해내는 노력에 있다. 나도 그렇다. 처음 낱자를 익힐때, 하루 천자문 4자씩 익혔다. 그때는 아버지께 잘 보이려고, 기쁘게 해드리려고, 결정적으로 오빠들을 이기려고 정말 열심히 했다. 오빠들은 아버지와 천자문, 소학을 공부하는 시간을 제일 지루하게 생각했다. 나도 지루했지만 우선 오빠들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고, 아버지가 남발하는 약속들에 매혹되었다. 사실 아버지의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때론 지켰을 것이고, 때론 약속마저 잊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늘 지켜주신 약속이 있었다. 한달 동안 꾸준히 해내면 다음달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를 사 주셨다. 우리집에서는 [어깨동무]를 옆집 동갑내기 친구는 [소년중앙]을 구독했었다. 지금생각하면 한문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어깨동무]를 구독해 주셨을 것 같다. 작은오빠, 나보다 한 살 위의 사촌오빠, 나, 남동생이 눈 빠지게 기다리는 잡지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어깨동무]가 내 한문실력의 원천이었다! ㅋㅋ
"탄탄한 한자 실력이 학습의 깊이를 결정한다!"-표지 뒷면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검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해력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거의 60평생을 살아온 나는 한문 실력 덕분에 어디가서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한자 실력이 학습의 깊이를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확실하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고 한문 실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당시 상대,법대 교재가 거의 한자로 되어 있었다.
[기초한자 900자]를 조금씩 꾸준히 해낸다면 가랑비에 옷 젖 듯이 분명 한자 실력이 확 늘어 있을 것이다.
언제나 실천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