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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나는 철학책 읽기를 즐기지는 않지만 내 손에 들어온 책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이 책도 쇼펜하우어를 알고 싶은 마음에 얼른 집어 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쇼펜하우어~]에 꽂혀서 [~인생수업]을 간과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철학적 소양을 설파한 책이라기보다, 강현규라는 분이 이미 발표된 쇼펜하우어의 철학책에서 멋진 말들을 뽑아서 엮어놓은 책이었다. 그래서 소제목만 쭉 읽어도 한 권의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1부 행복론과 2부 인생론으로 나누어 각 8장씩 16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의 내용은 길지 않다. 길어봐야 A4용지 한장을 넘지 않을 분량이다. 분량이 짧아서 읽기도 참 쉽고, 삶의 지표가 될만한 내용들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읽히지 않았다. 시간을 끌고 끌어서 아주 조금씩 읽어냈다. 물론 내 마음에 꼭 드는 문장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행복론 4장〈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하여〉라던가, 인생론 5장〈독자적 사고에 대하여〉가 그랬다. 특히 독서를 많이 하는 나에게는 인생론 5장이 심장에 콕콕 박히는 금언과도 같은 내용이었다.
독서를 통해서 얻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란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음식이나 다른 사람이 입다가 버린 옷에 불과하다.-p273
독서를 통해서 많은 지식을 쌓는 건 맞다. 그렇다고 책에서 읽은 내용을 다 받아 들이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란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과 같다'라는 말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나와 다른 그의 생각일 뿐이다. 그 생각이 좋으면 내가 취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은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내가 주워 먹기는 찝찝하다. 꺼림칙하다고 해야할까? 역자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똑바로 번역했는지는 모르지만, 위의 내용을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맹신하기보다 한발짝 물러나서 객관화 시켜서 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은 내게는 잠언 같은 책이었다. 참 좋은 내용이지만 자주 펼쳐보거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우리 성당 신부님께 선물하면 좋아하시려나? 강론 준비하실때 요긴하게 쓰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