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재미있는 축구이야기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사실 나는 축구를 잘 모른다. 축구 경기를 보지만 경기의 룰이나 방법을 잘 알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간단하게 발로만 공을 차야하고, 골대에 공을 많이 차 넣으면 되는 것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공하나 놓고 20명의 선수들이 이리왔다가 저리 갔다가 몰려다니는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국가 대항전만 우리나라를 응원하느라 잠깐 보았다. 사실 누가 어떤방법으로 골인시켰느냐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선수 누구든지 골만 많이 넣으주면 되었다. 우리나라가 이겼으면하고 바라니까.

그러다가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을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순전히 축구에 대해서 좀더 알 필요가 있어서였다. 요즘 축구를 소재로 해서 동화 한편을 쓰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축구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축구 경기 중 손흥민 선수가 골 넣는 장면만 모아 놓은 숏츠도 여러편 보았다. 축구 용어나 룰 등 어느정도 알아야 축구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축구를 잘 모른다고 해서 동화가 되지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축구하는 내용이지만 상세하게 축구 용어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글과 독자에 대한 예의가 있지. 어떻게 축구를 전혀 모르면서 축구 동화를 쓴단 말인가.

아무튼 [지구인을 위한 축구교실]은 그런 불손한 의도로 읽게된 소설이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다. 무심한듯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글에 완전 매료되었다. 주인공이 전직 축구 선수이지만 부상으로 인해서 은퇴한 뒤 내리막 인생을 처참하게 견뎌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돌아가신 부모에게 물려받은 낡고 오래된 집이 있고, 대형마트 창고에서 일하는 그는 유통기한을 지나 폐기하는 식료품을 가져와서 먹고, 주말이면 리오와 함께 낚시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선수 시절 다친 다리가 늘 아프다. 그러던 중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 축구를 하기 위해서 지구에 온다. 외계인에게 이기면 지구인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단다. 지구인들은 솔깃해하고 누구나 축구팀을 만들어 게임을 신청하면 외계인들이 지구인 팀과 비슷한 전력을 가진 팀을 꾸려와서 경기가 진행된다. 정말 이긴 팀이 나오고 소원을 이룬 사람이 생겨나자 너도나도 축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욘을 축구를 할 수 없다. 다리가 아프니까. 그래서 주인공 욘은 축구를 직접 할 수는 없지만 축구를 하려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축구교실을 열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엄청 재미있어진다.

사실 이 소설은 축구 이야기 이지만 축구 이야기 속에 엄청난 다른 내용들이 있다. 감동을 주려고 애쓴 문장이 단 하나도 없다. 꾸밈도 없는 수수한 문장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기발한 소재, 상상력, 재미까지!

나는 이 소설[지구인을 위한 축구교실]을 통해서 오수완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수완 작가의 [지구인을 위한 축구교실]에 푹 빠져서 이분의 전작들을 검색해서 찾아보고 바로 구매했다.

[지구인을 위한 축구교실]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꼭 읽어 보라고 강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