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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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이 잘 되는 곳은 드물다. 인터넷 서점 조차 나름 고전하고 있다. 잘나가던 대형 출판사들도 책이 안 팔리니 자체 온라인 서점이나 유투브 체널을 열어서 새로나온 책을 소개하고, 작가 초빙 강연 등으로 출판업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들 어떻게 하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다. 서점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 도서관이라도 붐비면 좋으련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도서관도 본래의 기능보다는 수험생들을 위한 독서실 역할 외에만 치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런 형편이니 동네의 작은 서점은 정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동네만 해도 초,중,고등학교가 인접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앞에 있던 서점이 문을 닫은지 오래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도 강이 가깝다. 물론 강과 가깝거나 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임대료나 집값이 매우 비싸다. 영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리버뷰가 좋은 곳은 당연히 집세가 높을 것이다. 그러니 누구나 돈 안 되는 서점보다는 현실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바꾸려고 시도 할 것 같다.

그러한 지경이니 [템스강의 작은 서점]도 파산 직전인 형편인게 정말 당연하다.

강가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니! 템스강가에 있는 작은 서점을 머리에 떠올려본다. 생각만 해도 몽글몽글 따뜻함이 피어오른다. 뭔가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리움이 있다. 강이 있고, 책이 있고, 따뜻한 차가 있는 공간이다. 이런 서점이라면,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하니 당연히 살아남아야한다. 그런데 이 서점이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

서점 주인이 죽고 상속받게 된 조카는 이미 자신이 창업한 사업체를 잘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차다. 서점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책을 많이 읽거나 썩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서점을 상속해준 이모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상황이라 당황스럽기만하다. 그러니 주인공 샬로테는 서점을 얼른 처분하고 자신의 일이 있는 스웨덴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템스강의 작은 서점]에는 두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이모에게 생각지도 않은 서점을 상속 받아서 영국에 오게 된 샬로테의 이야기와 이모 사라가 [템스강의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서점 2층에서 살게 된 이야기다. 샬로테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파산 직전의 서점을 인수해서 고군분투하는 밋밋한 이야기에 그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모 사라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추리소설을 읽는 듯, 마음 졸이며 책장을 넘겼다. 마지막 이모 사라의 행동이 다소 충격이기는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경우라면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말이다. 당해보지 않았으니 장담을 못하겠다.

아무튼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다 읽는데는 하루도 체 걸리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은 [템스강의 작은 서점]처럼 서점 주인을 꿈꾸거나 도서관 주인이 되어서 실컷 책을 읽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서점 나들이를 종종했다. 도서관에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하니 아이들과 마음에 드는 책 딱 한 권씩만 사주겠다고 약속한 뒤 서점에 갔다. 아이들은 서점에 가는 걸 매우 좋아했다. 새로운 책도 구경하고, 콧바람도 쐬고. 아이들에게는 일단 집을 벗어나 나들이 한다는 게 신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제 나들이 갈 수 있는 서점들이 다 없어졌다. 사람들은 왠만한 책은 모두 온라인으로 사거나 종이 책을 살 필요없이 전자책으로 읽기 때문이다.

우리동네에 서점이 없어진지 한참 뒤에 강가는 아지지만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책도 살 수 있는 서점이 생겼다. 서점 이름은 [북적북적]이다. 이름과 다르게 매우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나는 이 곳에 한 달에 두 번은 꼭 간다. 역사책 읽기 동아리 소모임이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동네마다 이런 작은 서점 사이 있다면 사람의 온기가 남을 것 같다.이 곳은 골목으로 쑥 들어가 있어서 리버뷰가 좋은 곳은 아니다. 단, 임대료가 저렴하고 접근성이 나름 괜찮은 곳에 서점이 있었서 매우 좋다. 차도 마시고 책도 본다. 때론 사기도 한다. 큰 돈이 안 되니 젊은이에게 서점을 운영해보라고 권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템스강의 작은 서점] 처럼 소소한 강연회나 작은 동아리 모임공간으로 대여한다면 꽤 괜찮을 것 같다.

[템스강의 작은 서점]처럼 차와 책과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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