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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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님의 시를 시집에서 본 것은 처음이다. 이 분의 시 풀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시집에서는 마지막 시가 풀꼿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싯귀만 엄청 써먹었다. 책갈피 만들때 쓰고, 캘리그라피 글씨로도 썼다. 나뿐만아니라 거의 온국민이 그랬을 것이다.

[너에게 나는]이 나태주님의 몇 번째 시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태주 시인님의 이름으로 출간된 시집이 매우 많다고 한다. 시집[너에게 나는]은 나태주님의 시 중에서 '너'라는 말이 들어간 시를 모두 골라내어 시집으로 엮었다고 한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나에게 너는"이 아니라 '너에게 나는'이 관심사였다고 밝힌다. '나는 너에게 무었이었을까? 무엇으로 존재해야 좋을까?' 그런 물음과 대답에 시인의 시가 자주 어른거렸다고 고백한다.

시집 머릿말인 나태주님의 "과연 너에게 나는 무엇이었을 까?"에서 시인은 "나 아닌 모든 너에게 따뜻한 마음이었고, 때로는 평화로운 마음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나는 '이분은 참 세상을 잘 사셨구나'하는 마음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청소년 시절 우리집은 큰오빠가 하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그 당시 언니 오빠들은 다 성인이어서 별로 피해가 없었지만 나와 막내동생은 고등학생이라서 학업을 이어가기가 몹시 힘들었다. 그때 남동생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때의 절망은 정말 이루말로 다할 수가 없다. 나에게 닥친 어렵고 힘겨움은 어떻게 견디겠는데 내 존재가 동생에게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이 나를 견딜수없게 만들었다. 그렇다. 나도 나태주 시인처럼 '너에게 나는'이 훨씬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나 아닌 모든 '너'와의 관계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러니 '너'가 엄청 중요하다. 너에게 나는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

[너에게 나는]을 읽으면서 나란 존재가 '너'에게 따뜻함이고 평화인가? 라고 계속 질문했다. 나는 '너'에게 따뜻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은건 아니었을까? 맞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도움을 요청하는 '너'에게 따뜻함과 평화로움을 자주 주지 못하고 있다.

[너에게 나는]에는 따뜻한 시인의 마음이 진솔하게 들어있었다. 꾸미려고도 하지 않았고, 잘난척 하지도 않았다. 담담하고 담백했다. '뭐? 이게 시야? 좀 삼빡하고 특별한 표현이 하나도 없잖아?' 하고 거들먹거리며 시를 읽었다. 그런데 아무 꾸밈도, 자랑도 없는 시에서 따뜻함과 평화로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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