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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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을 통해서 츠지 히토나리와는 처음 만났다. [냉정과 열정사이]가 유명세를 탈 때는 너무 유명해서 피한 면이 없지않다. 언제라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도서관에서 늘 대출 중이라 시간이 흐른 뒤에 읽어야지 하다가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번에 읽게 된[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은 츠지 히토나리의 에세이다. 솔직히 이 책 덕분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만큼 이 책이 좋았다는 거다.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을 읽으면서 아들을 키운 동지로써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나는 10대의 아들들에게 어떤 부모였나? 정말 초라하고 부끄럽다.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겠지만 꼭 필요한 것들을 많이 놓친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아들들이 이제 성인되어 큰 아이는 결혼을 했고, 작은 아들은 20대 중반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내 아들들에게 가장 미안한 점은 아무래도 유전적으로 작은 키를 물려준 것이다. 남편이 우리나라 평균정도인데 아들들 중 한놈은 평균 정도이고 또한 놈은 평균에도 못미치는 건 전적으로 내 유전자 때문이다. 영양적으로 충분히 키를 크도록 해 주었어야 했는데 그 부분도 많이 부족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준 것이다. 딱히 키가 작다고 나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진로에 대해서도 부모로써 충분히 잘 안내하였는지 반성한다.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하게 진로를 고민해주지도 못한 것 같다. 책을 엄청 좋아하는 큰 아이가 문과를 전공했지만 엉뚱하게도 직업은 공과 계통이다. 둘째는 아예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고, 지금 제빵 회사에서 제빵사로 일하고 있다. 둘다 재미있게 회사에 다니는 것 같다. 작은 아이는 바리스타를 하고 싶어해서 관련 자격증도 따고 따로 커피 디저트 공부도 더 했다. 그 쪽 분야에서 나름 기술을 쌓아서 안착했으면 좋겠다. 큰 아이는 본인의 직장에서는 제법 안정되게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일이 자신의 최종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작가의 꿈도 버리지 않은 것 같고, 집안 사업을 물려 받으려는 생각도 조금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지 본인이 가치를 느끼고 즐길수 있으면 좋겠다.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3000일]의 츠지 히토나리는 이혼을 하고 아들과 단 둘이 살게 되었다. 말그대로 '싱글 파파'가 된 것이다. '싱글 맘'이 되어 아이를 키우는 거나 '싱글 파파'가 되어 자식을 기르거나 힘들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어디라도 그 부족함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정말 대단한 것은 아들을 위해서 정말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 주려고 최선을 다한 것이다. 특히 언제나 아이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끼니를 챙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손수 요리해서! 모든 주부의 최대 고민은 '오늘 뭐하지?' 즉 '무슨 요리로 식탁을 차리지?'이다. 물론 이건 나의 최대 고민일 수도 있다. 남편은 날 더러 항상 계획성이 없다고 말하며 식단을 미리 짜라고 한다. 물론 그것도 해 보았다. 그렇지만 식단대로 하기도 참 어렵다. 대량으로 조리하는 급식같은 경우는 식단대로 꾸려가면 된다. 그런데 가정식은 그렇게 하기가 참 애매하다. 한번 요리한 음식이 남으면 여러 끼에 걸쳐서 소비할 때가 많다. 그러지 않고 매번 새로운 요리를 하면 조금씩 남은 음식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정말 말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늘 주부로 살아온 나도 이러한데, 이혼이라는 아픔을 가지고 아들과 남은 아빠는 참 난감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은 요리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천만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사람의 직업이 평범하지 않으니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은 말이야 괴롭거나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땐 지글지글 볶아서 먹는 게 좋아. 사람은 배 부르면 졸리기 마련인데 말이야, 자고 일어나면 안 좋았던 마음이 싹 다 사라지거든."-p40

이것 뿐 아니다. 아들을 얼마나 잘 키웠는지 그의 아들의 사고가 드러나는 대화를 보면 알수 있었다.

"이제 젊지 않은 아빠한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시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친구를 더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는 거야.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지내?'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는 거야. 아무것도 신경쓸 필요 없어. 왜냐하면 친구니까. 다들 아빠한테 메세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분명히···."-293

친구를 많이 사귀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을 하는 멋진 아들이 아빠에게 충고하고 있다. 나는 아들의 생각 속에 이책의 진가가 다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해, 친구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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