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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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오롯이 담은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힘들다. 더우기 치욕스럽게 나라를 일제에게 강제 병합당한 역사라니! 이미 그 애통한 역사를 다 알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있는 그대로 꾸밈도 없이 끌고 간다면 사실에 나열에 지나지 않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고, 조금이라도 역사와 다른 이야기를 담으면 왜곡했다며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잃어버린 집]은 소설의 형식으로 창작되었다. 그렇지만 창작되었다고는 하나 역사에 기반을 두었기때문에 거의 모든 내용이 사실일 것이다. 영친왕 이은이 일제에 볼모로 잡혀가서 일본 황족 여인과 결혼했고, 두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 중 큰 아들 진은 어린 시절 죽었고, 성인으로 자란 둘째아들 구는 미국으로 유학가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인과 결혼하였지만 자식은 없었다. 영친왕은 해방이 된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박정희 시대에 낙선재로 귀국하여 생을 마감한다. 이방자여사는 한국에서 문화 사업과 사회사업을 하였고, 아들 이구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하였다. 그뒤 그는 미국인 부인과 이혼하고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가 일본의 어느 호텔에서 생을 마감한다. 황손 이구가 죽은 호텔이 그가 태어나서 자란 도쿄의 아카사카 저택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손에 관한 이야기라면 위키백과사전만 검색해도 다 알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이런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중에 이왕가의 마지막 이 얼마나 쓸쓸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나는 굳이 소설로 엮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지금 남아 있는 황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크게 동정이 가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까지도 정계에, 또는 재계에서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면 더 손가락질 받을 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조선의 멸망에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으며,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위해서 그들은 어떤 희생을 했는가를 생각하면 비극으로 막을 내린 [잃어버린 집]이 올바르다는 생각까지 든다면 내가 지나친 것일까?

솔직히 조선의 마지막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및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과 을사삼흉은 용서할 수가 없다. 물론 마지막 황손인 영친왕이 무슨죄고, 그의 아내와 아들이 무슨 죄냐고 동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황손으로 태어났기때문에 일제 강점기에 호의호식하고 살지 않았나!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평등 사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자란 나는 평민이 된 그들의 이야기에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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