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 상·하 세트 - 전2권 구미호뎐
한우리 지음 / 너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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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을 다 읽었다. 드라마로 보았다면 이렇게 여운이 남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란하고 화려한 영상으로 여운 따위 남김없이 다 보여주었을 것이니까 말이다. 역시 옛이야기는 글로 읽어야 제맛인 것같다. 우리 나라에서 구전되어오던 옛이야기[구미호뎐]을 정말 현실감있게 패러디해 냈다. 거기다 여태까지의 구미호는 여성으로 둔갑한 여우였다.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가 예쁜여성으로 둔갑하여 남성을 홀리는 나쁜 ㄴ이었다. 그런데 역발상이다. 남자 구미호라니!

1000년을 사는 구미호, 1000년을 사는 이무기 같은 상상의 요괴들을 다 현대에 살려낸 작가의 기발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우렁각시, 어둑시니, 돌하루방 등등. 현대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을 끌어와서 현재를 살게 만들었다. 상상해보면 정말 극본 속 인물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람처럼 살아갈 것 같기도 하다. 온 땅이 난개발로 파헤쳐져서 그들이 살던 산천을 다 잃어버렸을 테니까!

극본이다 보니 내용의 90%이상이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폐부를 찌르는 명대사를 만나고 책에 더욱 빠져들었다.

"신발이라는 두글자가 이렇게 다정한 낱말이었구나."-p142

이대사는 나도 완전 공감한다. 예닐곱 무렵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서 자갈치 시장에 가게 되었다. 왜 많은 형제들 중에 나만 따라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날 아버지가 나에게 운동화를 사주셨다. 벌써 5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내 마음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돈으로 200원인가 주고 샀다는 것도 기억한다. 70년대 초였으니 그때는 친구들 중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던 시절이다.

팀장"여기 이렇게 콩 3알 넣고 뒤를 덮으면 돼"

지아"왜 3알이야?"

이연"너희 조상들이 그랬어. 한 알은 땅 주인인 벌레가 먹고, 한 알은 하늘 주인인 새가 먹고, 남은 한 알만 하늘과 땅을 빌려서 농사 짓는 사람이 먹는 거라고" -p444/445

[구미호뎐] 이야기 자체도 재미 있었지만 나를 감동시키는 대사가 너무 좋았다. 지금 [구미호뎐 1938]이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구미호뎐]을 읽고 나니 [구미호뎐1938]은 어떤 내용을 담아 냈을지 몹시 궁금하다. 지금은 학기 말이라 일이 바빠서 볼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다. 하지만 곧 여름 방학이다. 방학이 시작 되고 여유가 생기면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겠다. 올 여름엔 바캉서 계획은 [구미호뎐]과 [구미호뎐1938]을 몰아서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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