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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상·하 세트 - 전2권 ㅣ 구미호뎐
한우리 지음 / 너와숲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우리나라 옛이야기나 설화 전설 등,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때 입말로 많이 읽어주었고, 내가 각색해서 들려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이 키워졌으면하는 바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환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상의 세계에 잘 빠져들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뱀파이어가 나오는 이야기도 크게 흥미롭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이니 '해리포터니' 하는 마법의세계에도 별로 빠져들지 못하고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하고 넘어갔다.
어린시절 유학을 공부하신 아버지는 미신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는 굿을 한다거나 민간 신앙에서 나오는 신주를 모신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대학에서의 전공도 꽤 현실적인 회계학이다보니 꼼꼼하게 계산하고 기록하기는 걸 좋아하고 어떤 외부의 어떤 힘에의한 요행이나 기적같은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낭만이 없는 아주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내 삶이 너무나 팍팍한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나는 환상을 걷어낸 깔끔함이 좋다.
이번에 읽게된 [구미호뎐]은 대본집이다. 사실 대본 집인 줄 모르고, 소설인 줄 알고 읽게 된 책이었다. 책을 받고 나서야 대본 집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어쩌랴!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열심히 읽어볼 수 밖에!
그런데,
"어라! 잘 읽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 술술 읽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쟝르임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구미호뎐] 같은 호러물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드라마도 보지 않았고, 지금 상영중인 시즌2도 보지 않고 있다. 사실은 드라마를 잘 보지 않으니, 시즌2가 방영되고 있는 지도 몰랐다.
지금 읽고 있는 [구미호뎐 대본집]은 언제 드라마로 만들어 졌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대본집만 읽어도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나오는 여우누이, 불가살이, 이무기가 나오고, 민간 신앙이나 설화를 많이 차용했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글쓴이가 전래 동화, 설화, 민속학 등,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했을지 정말 존경스럽다. 충분히 섭렵해서 체화한 후에 글로 엮어 냈다는 느낌이었다. 전혀 부자연 스럽지 않고 술술 읽히는 걸 보면 말이다. 톡톡 튀는 대사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전개가 흥미를 더하게 한다.
지금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으려고 한다. 구미호 이연이 600년 전 사랑하던 사람과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했던 아음을 현생에서 만나게되어 지켜주려 노력하고 있는 이야기에서 끝났다. 아음은 지아라는 이름이로 환생해서 방송국 피디로 일하고 있다. 이연이 구미호인줄 알고 있고 그가 왜 자신을 지켜주려는 지도 안다. 그들을 방해하는 이무기, 이연의 배다른 동생 이랑, 등등. 과연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발전할지 엄청 흥미롭다. 빨리 2편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