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티아고 순례길에대한 로망이 있다.
언젠가는 나도 그 길을 걸어야지. 아니 꼭 걷고야 말리라! 나도 그렇다. 걷기를 좋아한다. 더구나 나는 카돌릭 신자가 아닌가. 비록 나이롱 신자지만.
걷기 명상이라는 말이 있다. 명상하듯 조용히 걷는 것이다.
부부가 살다보면 몇번씩 고비가 온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가야하나
나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결혼한지 30년이 훌쩍 넘었으니 그런 시기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찌 늘 좋을 수만 있었겠나. 원인이 외부에서 올 수도 있고, 내부 있을 수도 있다. 다 지나고 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크고 간절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각자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슬기롭게 잘 넘긴 것 같다.
나는 고민이 많아지면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도 발이 부르트도록 걷다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가슴 속 응어리도 조금 말랑해진다. 자주 걷게 되면서 어느새 걷기가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등교시키고 나서 시간이 나면 근처 산을 오르기도 하고 기찻길 따라 조성된 오솔길을 걸었다. 요즘은 직장에 출근하는 딸아이 도시락을 챙겨주고 나면 집을 나선다. 내 직업적 특성상 아침에 한 두시간 정도 강변따라 산책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혼자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한다. 너무 오래 걸으면 오히려 고될 수도 있기때문에 묵주기도 30단 정도를 할 시간만큼만 걷고 돌아온다. 대략 5km를 걷는데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를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장장 800km를 걸었다고 하니 그 시간과 거리에 입이 딱 벌어졌다. 나도 꽤 잘 걷는 사람이지만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평지로만 된 길이야 하루에 20km정도는 쉽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늘 쾌청하지도 않았고, 평지도 아니었다고 하니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악명높은 프랑스길!
책속의 풍광이 정말 아름다워서 황홀했다. 매일 보는 하늘이 날마다 다른 구름,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나무도, 풀도, 길위의 흙과 돌도 달랐을 것이다. 정말 힘들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성취감과 포만감이 엄청났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정말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는 내 어깨에 짊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는 마법을 선사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인생에대해서 한 수 더 배우고 삶을 성찰할 기회를 얻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중 코린의 이야기가 정말 가슴 찡했다.
만약 불운이 갑자기 닥친다면 나는 과연 그녀처럼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 있을까?-p241
나도 앞으로의 인생에서 힘든 시간이 온다면 내 인생에 주인이 되어 남아있는 나날을 계속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