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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소설에서 뭔가 알아야하거나 배워야하는 주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고 느낌만으로 충분히 행복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나 환타지 소설같은 라이트 노벨은 또 딱히 끌리지 않는다. 추리소설을 읽더라도 사회적 추리같은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들이 좋다. 고전에 끌리는 이유도 읽었더니 여운이 오래 남아서 이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을 읽으면서 마음이 착찹했다. 솔직히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아니 회피하고 싶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딱 지금의 우리 세대가 맞딱들인 문제이니까. 가슴이 무척 아팠다.
예순이 내일모레인 나이가 되고 보니 아무래도 나의 마지막에 대한 걱정보다 살아계신 시어머님에 대한 걱정이 많다. 내 부모 세대의 60대와는 많이 다르다. 그 분들은 60대에 이미 노인이었다. 그리고 60이후의 노년을 오래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친정 어머니는 80세 이후에 당뇨로 오래 앓으셨다. 물론 집에서 대소변을 받아낸 적은 없다. 협심증으로 고생할때 담당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요양병원에 모셔서 매일 찾아뵈었다. 돌아가실때도 심장 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시아버님도 몸이 안 좋으실때 요양병원에 모셔서 한달정도 지내시다가 많이 앓지 않고 돌아가셨다. 나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형제들이 많다보니 서로 장례식 후에도 의지하고, 짐을 나누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아직 내가 노인이라는 생각이 아예없다. 내일모레면 60이 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고부터는 주위에 80,90대 노인들이 흔하다. 70까지도 "아직 젊으시네요." 라고 말하고 80이 넘으면 "아 이제 제법 연세가 높으시다"고 말한다. 우리세대에는 20대 말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하는 게 예사였다. 지금은 그것도 빠르다고 하지만. 내 자식들중 30대초반인 아들이 용케 결혼했다. 20대말의 딸은 아예 비혼을 선언했다. 나는 손자도 아직 없으니 할머니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내 주위에도 소설속 주인공과 비슷한 환경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친구가 있다. 비혼인 친구는 얼마전 치매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간병에서 겨우 해방되었다. 하지만 황반변성이라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어머니때문에 외출도 자제할 정도다. 결혼한 형제는 자기 살기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오지도 않고 홀로 간병에 내몰려서 참 안타깝다. 소설에서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부모님의 재산이 어느정도 있었고, 친구도 죽을때까지 먹고 살 정도는 벌어놓았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써야하는 시간과 여유가 충분하지 않으니 자주 힘들고, 외롭다고 한다. 친구가 독박 간병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에서와 다르게 가족의 간병에서 놓여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역 사회가 움직일수 있게 더 목소리를 높여주고, 함께 나서 주어야 할것 같다.
우는 아이에게 떡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국가나 지역 사회에 많이 보채고 소리 높여서 그들이(간병으로 자기 생이 멈춘 젊은이나 가족들구성원들) 겨울을 따뜻하게 지나올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