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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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라는 작가의 이름 하나만 보고 집어든 책이다. [빚 갚는 기술]이라니! 어지간히 빚이 많았다는 발자크는 빚 갚는 기술에 대해서 통렬히 연구했을 것이다. 책까지 쓸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겠나!

발자크에게는 남다르고 특별한 빚 갚은 기술이 있다는 말인가? 정말 내용이 궁금했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빚이 참으로 큰 인생의 화두였나보다.

책에서는 삼촌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어떻게 빚을 갚지 않고도 빚진 인생을 잘 살아 낼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실실 웃게 된다. 어떻게든 빚쟁이를 피하려는 노력이 가상하고 우아하게 외상하는 모습이 나름 괜찮다. 발자크는 역시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다. 2000년대에 태어났더라면 탁월한 파워 블로그나 유투버가 되어 빚지지 않고 오히려 백만장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자신이 다니는 식당에서 시선을 끌 정도로 맞있게 음식을 먹어주어 손님을 끌어들이고 지배인이 감사한 마음으로 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거나 지인들을 소개해서 많이 이용하게 만들어주니 굳이 돈을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내용이 그랬다. 지금의 파워 블로그나 유투버 역할을 그 시대에 했던 것이다.

오로지 책과 글로만 생계를 이어갔던 그는 명성은 물론 언변과 사교성도 좋았던 모양이다. 처음엔 신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평생을 빚을 지면서 살수 있지 않았을까? 빚을 갚지 않는 사람에게 계속 돈을 빌려 주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책의 제목이 [빚 갚는 기술]이라는 게 오히려 아이러니였다. [돈 떼먹는 기술]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과연 이 글을 소설이라고 해도 될까? 소설이 아니라 빚에 대한 솔직한 고백. 또는 빚, 즉 부채 해석과 다양한 채권자 따돌리는 방법 및 새로운 빚을 얻는 법에 대한 경제학적 소견이라고 정의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책을 끝내버리면 너무나 파렴치한 글이라고 생각 되었을까? 작가는 어떻게 빚을 졌든 간에 일단 빚들은 타인과 연관된 약속인지라, 거기에 존중이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p150고 나는 생각한다고 결론 짓고 있다.

작년에 나의 절친한 벗이 죽었다. 그 친구는 정말 활달하고 사교성도 좋았다. 처음에 본인이 하던 개인 사업을 잘 되어 매장을 여러개 확장했다. 물론 은행 대출을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곧 imf가 왔고 온 나라가 어렵게 되었다. 대출이자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친구는 용케도 잘 이겨 냈다. 그런데 다시 세계 금융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엄청 친구를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몸에 암이 찾아왔고,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뒤부터 여러 친구들에게 빚을 얻어 쓴 모양이었다. 나에게도 돈을 꾸어 달라는 부탁을 하곤 했지만 친구가 바라는 정도의 현금이 없던 나는 빌려 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고 나서 내가 제일 후회한 일이 친구가 손을 내밀었을 때 잡아 주지 못한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도와 줄 걸. 남편이 빌려 주려면 받을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주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 결혼식과 아파트 입주 잔금을 치러야 했던 나는 과감히 빌려 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 내가 빌려 주었으면 친구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안을 얻고 가지 않았을까? 친구에게 엄청나게 큰 빚을 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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