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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먹는 분자세포생물학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신인철 지음 / 성안당 / 2022년 11월
평점 :
[날로 먹는 분자 세포 생물학]을 읽으면서 중학교를 막 입학했을때 첫 생물 수업이 생각났다. 그 시절에는 도시로 밀려드는 인구가 넘쳐났다. 학교는 과밀학급이 기본이었다. 여자중학교 한 반이 70명 가까운 앳된 소녀들로 가득찼었다. 빽빽한 교실에서 새로운 학문에 대한 호기심 어린 눈빛이 초롱 거렸을 것이다. 우리 몸은 세포로 되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원자니 분자니 하는 개념도. 지금은 원자를 더 세밀하게 나누어 연구되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모의 과도한 사랑으로 공부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난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늘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중학교 시절이 제일 행복했다. 신설학교였던 우리학교는 체육시간이면 운동장의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곤 했다. 지금 같았으면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쳤을 일이다. 하지만 군사독재 시절의 학교는 선생님의 명령이 절대적이었고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물을 가르쳤던 키작은 여선생님 얼굴이 아련히 떠오른다. 사설이 길었다.
[날로먹는 분자 세포 생물학]을 읽으면서 그 시절 공부했던 내용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물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달달 외웠던 내용들이다.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해보거나 하는 일은 드물었다. 개구리 해부하는 실험 관찰 시간이 있었는데 직접 해부하지 않고, 선생님이 우리가 보는 앞에서 직접 해부해서 개구리의 오장 육부를 보여주었다. 아이들 각자가 해부하게 했다면 얼마나 많은 개구리들이 죽었을지 아찔하다.
물론 [날로 먹는 분자 세포 생물학]은 그때 배운 물질에 관한 내용보다는 훨씬 세세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솔직히 날로 먹는 분자 세포 생물학이라고 했지만 절대로 날로 먹어지지 않았다. 학습만화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접근하기 쉽게 했다는 건 맞다. 하지만 내용은 절대 날로 먹을 수 없었다. 세포 발견의 역사와 더불어 현미경의 변천사까지 자세히 알려주며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 되어 있다. 뒤로 갈수록 내용이 깊어진다.
분자 세포 생물학은 현대 생명과학 분야 중 가장 연구가 활발하단다. 현미경으로 세포의 모양을 관찰하여 진행한 '세포학'과 20세기 후반 비약적인 발전을 한 '분자 생물학'의 여러가지 방법론과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화학의 언어로 풀어낸 '생화학'이 접목된 학문이라고 한다.
분자 세포 생물학의 세부적인 내용을 공부하자면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궁금해 할만한 문제를 먼저 내세운다. 그리고 설명을 만화의 주인공들이 대화하듯 말풍선 속에 넣어 놓았다. 그러니 아이들은 재미있는 만화책을 보았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게 유용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에 날로 먹는다고 한 것 같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이 책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