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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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죽음과 관계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부모님 세대의 부고를 자주 받고, 가끔 친구들의 부고도 받는다.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글을 쓰려는 데 부고가 도착했다. 44년 지기 친구가 죽었다. 밤 늦은 시간에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친구 남편이었다. 

"집사람이 오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이제야 연락합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눈물부터 났다. 사실 몇 년 동안 암 치료를 받던 친구라 늘 걱정했었다. 하지만 며칠 전 통화에서도 괜찮다고 며칠 뒤 보자고 했었다. 좀 일찍 보러 가지 않아서 자책했고, 빨리 연락하지 않은 친구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친구와 나는 정말 어려운 시절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사이이다. 홀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친구는 대학을 진학하지 못했고, 어머니 마저 스물 세 살에 돌아가셨다.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일찍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 하지만 쉰을 막 지난 때에 암이 발견 되었고, 잘 낫는 것 같았는데 다른 장기로 전이 되었다. 결국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온 친구가 너무나 안타깝다. 오늘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갔는데 기독교 식으로 진행된 조문이 너무나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 한 송이 놓아주고 묵념하고 끝. 양쪽에서 문상객을 맞이하는  상주들과도 맞절 없이 목례만 까딱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었다. 아직 친구를 보낼 준비가 안 된 나에게 너무나 가혹한 하루였다. 친구의 죽음을 부정하고 싶고, 친구의 가족들이 원망스러웠다.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다. 장례식당에서 알바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마리와 장례식장에서 알바하면서 정규직을 꿈꾸는 재호가 주인공이다. 둘은 늦은 밤 알바가 끝나면 시내의 맥도날드를 전전하면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린다. 마리의 집이 동인천이라 그곳으로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함이다.

그들은 늦은 밤 맥도날드에서 밤을 지세우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알아가고, 부모의 삶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장례식장 알바를 통해 장례 절차가 어떤 의미인지, 장례 문화가 왜 필요한지를 깨달아 가고 있었다. 세상이 번듯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꼭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찾게 되는 이야기였다.

친구의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을 다녀오니 이 책을 읽은 것이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사랑하는 친구야 잘 가라.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

너의 바램대로 자식들이 꿈을 이루며 살아가도록 도와 주렴.

네가 내 친구라서 나는 참 행복했어. 

늘 웃고 괜찮다고 말하던 내 친구야. 

내 가슴속에 너의 웃는 얼굴을 간직하고 자주 꺼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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